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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쌉쌀하고 눈물겨운 우리들 이야기 ‘코로나19와 보건의료노동자’
    2020년 겨울호/특집👩‍⚕️ 코로나19와 우리 2021. 9. 13. 14:30

     

     

    본 인터뷰는 2020년 11월 6일 진행됐습니다.

     

     

    “덕분이라고 넘어가지 말고, 사람답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코로나19가 휩쓴 지구에서 사람들은 그들을 ‘영웅’이라고 불렀다. 파괴된 일상에서 그나마 안심하고 살아가는 건 그들 ‘덕분’이라며 칭송했다. 그런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더니 견고한 벽이 됐다.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쪽과 마땅히 헌신해야 할 쪽을 갈랐다.

     

    하지만 그들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병원이라는 직장에서 아픈 이를 돌보고 치료하는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노동자일 뿐이다.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노동환경이 그들을 극한으로 몰고 갔지만, 집에 있는 아이와 가족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나고, 격리된 코로나19 입원환자의 응급호출을 받고 뛰어갔는데 ‘커피 타오라’면 화가 나고, 찜통더위에 방호복을 입으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 보통 사람이고 노동자다. 보건의료 노동자
    이기에 쌉쌀하고 눈물겨운 코로나19와 함께 한 지난 1년여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0년 11월 6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1층 카페에서 보건의료 노동자 다섯 명이 한자리에 마주 앉았다. 모두 간호사다. 지방의료원 대표로 코로나19 전담치료 역할을 하고 있는 전라북도 군산의료원 이현주 지부장이, 국립대병원에서는 충남대병원지부 권경화 부지부장이, 사립대병원에서는 이화의료원지부 유현정 수석부지부장이, 10월 16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3주 넘게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를 겪은 SRC재활병원의 석주연 지부장, 일반 환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아예 코로나19 환자만 받는 서울시 서남병원 김정은 지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전라북도 도의원을 지낸 경험이 있는 이현주 지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이현주 군산의료원지부 지부장

    “매일매일이 전쟁입니다”

    이현주 (군산의료원지부)

    병원마 다 코로나 19 대응 시스템이 다 달라요. 지금 각자 처한 상황은 어떤가요?


    석주연(SRC지부)

    10월 16일 아침 8시께 첫 확진자가 나왔어요. 갑자기 코호트 격리가 됐죠. 전날 나이트(야간근무)를 하고 퇴근 못 한 직원들과 데이(낮근무) 출근한 직원들은 그대로 병원에 갇혔어요. 한동안 매일 10여 명씩 확진자가 나왔어요. 중증도 높은 환자도 적지 않죠. 환자 상태가 악화돼 심폐소생술(CPR)을 하다가 확진된 의료진도 생기고, 환자가 사망한 것을 보고 충격받은 다른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어요.


    코호트 격리 초반에는 간호사 4명씩 돌아가며 47명의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상황까지 갔어요. 식사도 떠먹여야 하고 대소변 처리까지 해야 하는데 보건소에서는 환자와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지침만 내리더군요.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겨우 상황이 나아졌어요. 지금은 외부인력 지원을 받고, 자가격리가 끝난 간호사들이 교대를 할 수 있게 돼 상황이 나아졌어요. 여전히 코호트 격리 중이기 때문에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직원들은 병동 한층을 비워서 살고 있어요. 매일매일이 전쟁입니다.


    김정은(서울시서남병원지부)

    코로나19 환자만 전담하는 병원으로 전환했어요. 음압병동이 4개 밖에 없어서 나머지 일반병동에 이동식 음압기를 설치했죠.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을 때 환자들이 많이 입원했어요. 1인 1병실 형태로 69병상을 설치했는데 그때는 1병실에 4명까지 입원할 정도였죠.


    문제는 코로나19 환자만 치료하다 보니 우리 병원을 평상시에 주로 이용하는 취약계층들이 갈 곳이 없다는 거예요. 의사도 3분의 1
    정도가 그만뒀어요. 자신들의 진료과목을 할 수 없으니 떠나는 거죠.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지방의료원도 정부 지침에 따라 2월 소개령이 내려졌고 입원환자를 전부 내보내고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준
    비를 했어요. 음압병실은 12개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간이벽을 설치해 간호사가 처치하는 구역과 환자가 있는 구역을 나
    눴어요. 합판 한 장으로 격리한 셈이죠. 그런데 처음엔 환자가 전혀 없었어요. 3월 집단감염 사태가 심각했던 대구에서 40여 명의 환
    자가 이송돼 처음 입원했어요. 그 뒤로도 광주 집단감염이 있었을 때 광주 환자들이 입원하기도 했고요.


    김정은(서울시서남병원지부) 

    세상에! 코로나19 전담병원인데 이동식 음압기도 없이 병실을 만들었다고요?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네. 없어요. 한 층에 2개 병동 100병상이 있는데 병동과 병동 사이를 간이벽으로 막아 청결구역, 준 오염구역, 오염구역으로 나눠 쓴다고 보시면 돼요. 처음엔 의료진들이 감염 불안에 떨었죠. 시간이 갈수록 감염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요. 편의성 위주로 감염관리 매뉴얼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권경화(충남대병원지부)

    대전에는 지방의료원이 없어요. 요즘 의료원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답니다. 충남대병원은 현재 4개 병동을 코로나19 환자들과 폐렴, 발열환자를 위해 운영하고 있어요. 격리병실로 시설을 갖춘 14개 병상에는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주로 입원하죠.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한 병동은 경증환자가, 또 다른 2개 병동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폐렴환자와 발열환자가 각각 사용해요.


    유현정(이화의료원지부)

    저희 병원에는 현재 코로나19 환자가 1명 입원하고 있어요. 대비를 많이 했는데 환자가 없어 코로나19 전담병동 간호사는 강제로 연차를 쓰며 쉬고 있는 상황이에요.

     

    유현정 이화의료원지부 수석부지부장 (당시)

     

    “격리가 괴로운 환자들 간호사 응급호출해 말동무 해달라, 커피 타 달라”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현장에 우여곡절이 많은 것 같아요. 격리 중에 호텔 룸서비스를 원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런 경험은 없
    으세요?


    권경화(충남대병원지부)

    응급호출 받고 뛰어가면 커피를 타 달라거나 심심하다고 말벗을 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어요. 방호복이 얼마
    나 입기 힘든데 허탈할 때가 많죠.


    김정은(서울시서남병원지부) 

    어마어마했어요. 매일 면도해야 한다며 반입이 어려운 면도칼을 요구하기도 하고, 커피나 콜라를 매일 먹지 않으면 안된다고 유리창을 깨고라도 나가겠다고 하거나 1인실을 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갇혀 있는 환자들의 모든 불만이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인 보건의료 노동자에게 향하는 거죠.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방역지침에 따라 의료진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를 벌레 보듯 한다’며 심한 욕설을 하는 환자도 있었어요. 격리치료가 우울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환자가 정신과 협진을 받았
    죠. 그런 영향인지 무리한 요구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한 번은 침대시트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고 불같이 화를 내며 미화노동자를 불러서 머리카락을 주우라고 시키는 환자까지 있었어요.

     

     

    코로나19 취약한 고령 청소노동자 대신 병실 청소부터 식사 배식까지 도맡은 간호인력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수급, 응급상황에서 이탈 가속화하면 어쩌나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평소에도 인력부족 문제는 고질적이었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더 심각했죠?


    김정은(서울시서남병원지부)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들은 연세가 많다 보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된 뒤 이분들은 확진자가 있는 병동에는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대신 청소부터 배식, 환경미화 업무 전부를 간호사와 조무사가 도맡아 업무가 늘었지요.

     

     

    김정은 서울시서남병원지부 지부장

     

    석주연(SRC지부) 

    재활요양병원이고, 규모로 보면 민간 중소병원이라 인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죠. 병원이 경기도 광주에 있어 도심권이 아니다 보니 기피 경향도 크고요. 인력 채용이 너무 어려워요. 이런 응급상황에서 이탈하는 인력이라도 최소화해야 하는 데 정말 고민이 많아요.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병원에 병상이 400개인데 2월부터 전체를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게 되었죠. 정부가 운영하지 못한 병상에 대해서는 보전을 약속했지만 손실이 너무 크죠. 최근에는 7~8층만 코로나19 환자를 받고, 일반 입원환자는 5~6층을 써요. 나머지는 외래환자를 보고요. 원래 전체가 코로나19 환자를 보도록 세팅했는데 그럴 수 없으니 과부하가 걸려요. 특히 응급실은 지역의 호흡기환자들이 몰려 제2 선별진료소가 됐어요. 간호사들이 늘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한 채 근무하는 상황이죠.


    권경화(충남대병원지부) 

    코로나19 관련해서는 공공병원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2개 격리병동에 간호사 90명이 투입됐어요. 중환자실 간호사 위주로요. 한 듀티당 간호사 7~8명, 환자 14~15명 수준이죠. 그렇지만 인력을 차출한 각 병동에서는 힘들었죠. 원내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도 빈틈없이 했는데 입원 예정인 환자도 무수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다 하다 보니 당장 인력이 부족해 진단검사, 임상병리사는 계약직을 채용하기도 했어요.


    유현정(이화의료원지부)

    그나마 잘한 곳이 있어 다행이네요. 사립대병원은 늘 인력부족으로 힘들어요. 간호등급 제도가 연차를 고려
    안하니 신규 간호사들로 대부분 채워지죠. 병동이나 중환자실에서 차출된 숙련된 인력 4~5명이 자리를 비울 수 없어 365일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맞아요. 인력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숙련도가 핵심이죠.

     

     

     

    음압시설 없는 코로나19 전담병원에 임금체불까지
    공공병원 위한 재정, 외면 말라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의료진들의 말 못 할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겠어요.


    석주연(SRC지부)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갔어요. 가족이 병원 직원이라며 학교에서 조퇴시키더군요. 입원 환자들도 4차까지 음성 판정이 나와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었어요. 심지어 지자체가 나서서 막기도 했어요. ‘우리 지역은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가 없다’면서요.

    석주연 SRC지부 지부장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격리병실이 아니고 음압시설도 없는데 중앙냉난방 시스템이었어요. 한여름에도 에어컨도 가동할 수 없었죠. 레벨D를 입는 순간 온몸이 땀으로 젖었어요. 본의 아니게 체중감량이 되고 체력도 바닥으로 떨어졌죠. 소진, 정말 극소진의 시간이었네요.


    사회 올해 초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돼 지금까지 100명 단위로 늘고 있어요.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정
    부가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김정은(서울시서남병원지부) 

    지방의료원에서 음압병실 없이 코로나19 환자를 받았다는 말이 너무 충격적이에요. 코로나19가 그나마 비말 감염이니 망정이지 공기 감염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과연 목숨을 걸고 싸울 사람이 있었을까요. 공공병원에 대한 재정투자가 시급
    해요.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메르스 사태가 터진 후에도 그런 요구가 있었죠. 이번에 군산의료원이 25병상에 음압시설 설치를 요청했는데
    결국 그 예산도 다른 곳으로 가버렸어요. 현재 새로 증축하는 병실에도 음압병상이 안 들어가요. 감염대란에 정부가 장기 플랜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보이지가 않아요. 간호사들이 앞으로 이런 일이 또 터지면 그때는 본인은 절대 안 들어가겠다고 해요. 너무 힘들어서.


    유현정(이화의료원지부) 

    공공병원을 세워도 수급이 안 된다는 게 문제라고 봐요. 지역불균형 해소도 빼놓을 수 없는 의제네요. 보건복지부가 너무 복지로 치우쳐 보건에 소홀해요. 의료진이 인권 없는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대안을 내
    놨으면 해요.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웠다고 생각해요. 현재 공공의료기관 비중은 10%도 안 돼요. 수적으
    로 30%까지 확대해야 제2의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할 수 있어요. 지방의료원의 환경도 너무 취약해요. 음압시설도 제대로 안 돼 있고 독립채산제 구조 탓에 직원들의 임금마저 체불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무리 공공병원이라고 하지만 체불마저 감수하며 환자들을 보라고 하는 건 아니죠.

     

    권경화 충남대병원지부 부지부장

    권경화(충남대병원지부) 

    국립대병원도 비슷해요. 대출을 받아서 체불만 겨우 면하는 수준이에요. 공공의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에요. 하지만 공공병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석주연(SRC지부) 

    코호트 격리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럽게 코호트 격리가 되면서 의료진이 감염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설이 안 된 상황에서 처음엔 레벨D도 구할 수가 없었어요. 메르스 때 비축해둔 것을 꺼냈더니 입으면 쭉쭉 찢어지더군요. 삭은 거죠. 보건소에 방역장비 요구 투쟁을 한 달간 했을 정도예요.

     

    이현주(군산의료원지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감염병 주기는 더욱 짧아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덕분’이라고 하지만 덕분이라고 끝날 게 아니라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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