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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노조생활 - 내 생애 첫 파업
    2021년 겨울호/특집🤝 9.2 노정합의 2021. 12. 2. 18:12

     

     

    내 생애 첫 파업

     

    정리 편집부 사진 김성헌

     

     

     

    수술실 간호사로 근무 후 8월부터 노조 전임간부 활동을 시작한 노하운 조선대병원지부 총무부장, 시설관리실에서 근무하다 올해 새내기 전임이 된 박형섭 한양대의료원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 20여 년 간 수술실에서 근무했고 노조 활동은 5년 차인 최재원 고대의료원지부 조직부장, 대의원으로 활동한 후 올해 1월부터 전임을 맡은 황하진 건양대의료원지부 사무장. 파업을 끝내고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시간을 경험했다. 노조 간부로서 첫 파업을 준비하고 치러내며 조합원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대화를 이끈 성은진 호남권역재활병원지부 지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 각 지부만의 파업 프로그램에서부터 잊을 수 없는 기억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 현장으로 가보자.

     

     

     

    첫 파업의 기억


    성은진(호남권역재활병원지부)
    처음으로 파업을 겪어본 간부님들을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저는 이번 파업이 지부장으로서 진두지휘한 첫 파업이라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여러분들도 파업 돌입 전후에 굉장히 급박한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박형섭(한양대의료원지부)
    저희는 땡볕에도, 우천에도 파업 집회를 이어나갔는데요. 특히 한양대병원 안 도로가 2차선이라 통행에 어려움이 많아요. 차량 통제가 안 될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질서정연하게 행동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보며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황하진(건양대의료원지부)
    저희는 첫 파업이라 불안해하셨을 조합원들을 위해 교육을 준비했어요. 왜 내가 노조 활동을 하고 있고, 왜 파업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느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재택파업을 하는 동안에는 줌(ZOOM)을 통해 ‘우리는 가지요’ 노래에 맞춰 율동을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조합원들의 환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파업이 필요하다는 걸 많이 표출해주셔서 교육과 율동 배우기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네요.

     

    노하운(조선대병원지부)
    저희는 파업의 끝맺음도 중요하다 생각해서 부서별 간담회를 진행했어요. 이번 파업이 왜 중요한지, 파업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교섭에서 이뤄낸 성과 등을 현장으로 돌아가서 조합원들과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조합원들에게는 분위기가 어떤지,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 등을 여쭤봤습니다. 부서가 많아 2주 동안 간담회를 20번이나 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죠.


    최재원(고대의료원지부)
    저희는 재택파업을 하다가 9월 6일, 9일 총력투쟁을 했었어요. 집회신고를 할 때 고대구로병원은 버스 7대를 신청했는데 정보과 형사가 ‘에이’ 그러더라고요. 버스 당 10~20명 정도 모이겠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당일날 꽉꽉 찬 버스에서 방호복을 입은 조합원들이 끝도 없이 내리는데 안산, 구로, 안암 세 병원 합쳐 천 여명이 모인거예요. 2열로 서서 재단 앞까지 걸어가는 데 1시간이나 걸렸어요. 그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선동하는데 정말 세상 다 가진 것 같더라고요. 그때가 기억이 남습니다.

     

     

     

    박형섭(한양대의료원지부) / 최재원(고대의료원지부) / 성은진(호남권역재활병원지부)

     

     

     

    코로나19 속 파업, 우리만의 특별함


    성은진(호남권역재활병원지부)
    저희는 광주시청에서 투쟁을 했는데 조합원들이 선뜻 하겠다고 나서줘 너무나 감사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공공기관이다 보니 끌려 나갈 수 있는 등 걱정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근데 조합원들이 다들 결의를 잘 해주셔서 시청 로비에서 1박을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음식물 반입도 안 되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씻지도 못한 채 하룻밤을 보냈는데 그 기억이 많이 나네요. 이번 파업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해야 했는데 특별했던 투쟁 방식이 있었나요?

     

    최재원(고대의료원지부)
    코로나19 상황에서 병동순회는 한계가 있으니 일단 병동별 오픈채팅방을 만들었어요. 모든 조합원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보다 빠르고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그곳에서 공유했어요. 파업참여자들도 오픈채팅방으로 소통하다 보니 어느 선전전보다 더 많은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대신 단점도 있었는데 천 개가 넘는 질문이 날아온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이런 일도 있지만 굉장히 큰 성과였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하운(조선대병원지부)
    저희의 경우 파업 관련해 기사도 많이 났는데 왜곡된 경우가 많았어요. 조합원들이 이건 안 된다, 우리의 뜻을 시민들에게도 알리자고 해서 방역수칙을 지키며 원외 피켓 선전전을 진행했어요. 또 조합원들이 비대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투쟁 방식도 제안해주셨는데 카카오톡 프로필과 인스타그램 등에 저희 요구안과 왜 파업을 해야 하는지를 표현한 동일한 문구를 한날한시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황하진(건양대의료원지부)
    저희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돼 파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첫 파업이니 전야제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동차극장 형식으로 기획해 병원 주차장에서 전야제를 진행했어요. 파업에 들어가서는 로비에서 침묵 농성을 했는데 내원하는 환자나 보호자들도 피켓을 읽어 봐주셨어요. 방역수칙과 비말전파를 최소화하며 저희 요구를 전달하는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박형섭(한양대의료원지부)
    저희는 파업전야제 때는 노조 대의원 1인당 한 명씩을 더해 인원을 제한했어요. 이후에는 노천극장에서 페이스 실드, 방호복을 다 착용한 상태로 한 천 명 정도 모였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덥더라고요. 급히 그늘 쪽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노하운(조선대병원지부) / 황하진(건양대의료원지부)

     

     

    9.2 노정합의 후 기대와 바람


    성은진(호남권역재활병원지부)
    산별총파업을 예고한 9월 2일에 극적으로 보건복지부와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잖아요. 보건의료노조 역사상 첫 노정교섭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대단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기대되는 변화가 있다면요?


    최재원(고대의료원지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2022년, 2023년이. 저희가 노정교섭에서 따낸 결과물들이 있잖아요. 간호등급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 기준으로 상향 개편 등 여러가지가 있죠. 그런 일들이 실현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노정합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노하운(조선대병원지부)
    간호사로 이번 결과물이 값지다 생각해요. 저희 병원만 해도 간호사 대 환자 수가 1:20이 넘어가는데 그에 대한 환자 배치 기준이 마련된 것 같아요.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교대근무제나 교육전담간호사 지원도 제도화하고. 무엇보다 간호사는 간호사 업무만 할 수 있는 게 꿈이잖아요.(웃음). 그런 것들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니 앞으로 동료들이 내 옆을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랍니다.


    황하진(건양대의료원지부)
    산별총파업을 배수진으로 진행한 노정교섭 자체가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합원들 모두가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 감시하는 역할도 같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얼른 좋은 ‘적정 인력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고요. 불법의료도 하루빨리 근절되길 바랍니다.


    박형섭(한양대의료원지부)
    9.2 노정합의문을 보면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 같더라고요. 전임간부로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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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파업이란


    성은진(호남권역재활병원지부)
    저는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파업이란 실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업이라는 힘든 과정이 끝나고 나니까 동지애가 가슴 속에서 끓어오르더라고요. 동지애를 가져야 된다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파업으로 모르는 부서 사람만 봐도 동지애가 끓고 너무나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서 파업이란 실전인데 여러분에게 파업은 무엇인가요? 한 마디로 정리해볼까요.


    박형섭(한양대의료원지부)
    자기 자신의 노동조건을 지키는 행위.


    황하진(건양대의료원지부)
    몸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의식, 정신까지 깨어난다는 의미에서 웨이크업(Wake-up).

     

    노하운(조선대병원지부)
    최후에 쓸 수 있는 칼자루.


    최재원(고대의료원지부)
    마지막 절규, 벼랑 끝.

     

     

     

     

    ‘내 생애 첫 파업’ 간담회는 보건의료노조 유튜브 채널 <보건의료노조 TV>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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