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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기로운 노조생활 - 일터를 바꾸는, 두근두근 교섭 이야기
    2022년 여름호/특집🥰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산별교섭 2022. 7. 22. 16:54

     

    일터를 바꾸는, 두근두근 교섭 이야기

     

     

    정리 편집부 사진 김성헌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요구안을 들고 교섭에 나서는 현장 간부들이 모였다.
    내과와 심혈관센터 간호사로 일한 후 작년 10월부터 노조 전임자로 활동 중인 박수진 홍성의료원지부 사무장, 교육행정팀에서 일하면서 노조 대의원부터 전임까지 여러 차례 교섭의 경험을 쌓은 이명섭 서울대학교치과병원지부 사무장, 재무팀 행정직으로 일하다 노조 전임을 맡아 교섭 등 여러 문제를 알리고 싶어 함께한 신종현 건국대학교충주병원지부 사무장, 4㎏에 달하는 납 가운을 입고 일해야 하는 인터벤션실 간호사에서 이제는 노조 전임자로 활동 중인 정다운 국립암센터지부 교육부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지방의료원,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특수목적공공병원에서 모인 현장 간부들이 말하는 교섭의 어려움과 중요성은 뭘까. 20년 차 간호사 이선옥 고신대학교복음병원지부 수석부지부장이 사회를 맡아 함께한 간담회 현장을 찾았다.

     

     

     

    일상회복과 병원현장

     

    이선옥(고신대학교복음병원지부)
    반갑습니다. 사회는 점점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는 중입니다. 우리 병원은 봉쇄했던 출입구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그걸 보며 저는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보건의료노동자들은 여전히 인력부족으로 힘들게 일하고 있어 우리 현장은 아직 코로나19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일하는 현장은 어떤가요?

     

    이명섭(서울대학교치과병원지부)
    치과병원이어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받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입 안을 보며 진료해야 하니 마스크나 페이스 가드를 벗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고 감염자 수가 줄었다고 해도 변화를 크게 느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감염을 둘러싼 위생 관리가 더욱 엄격히 변하고 있으니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저희는 끝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종현(건국대학교충주병원지부)
    저희는 코로나19 관련해 정말 안타까운 일이 많았습니다. 한 환자분이 코로나19에 감염되자 간병인이 일을 못하겠다고 해 간호사 선생님이 대신 그 환자를 돌보다가 결국 감염이 됐어요. 많은 직원들이 감염돼 근무표가 계속 수정됐죠. 그럼에도 직원들의 희생으로 지금까지 꿋꿋하게 이겨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병원장과의 마찰로 작년에 의료진 25명이 퇴사하며 입원환자가 줄었고 병상 수도 반으로 줄었어요. 그러자 병원은 간호사 인력이 너무 많다면서 해고하려고 해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수진(홍성의료원지부)
    저희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환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일도 많아지나 환자가 줄어들면 직원들을 갑자기 다른 병동으로 이동시키는 등 어려움이 많았어요. 한 달에 몇 번씩이나 옮기기도 했죠. 저도 전임자로 조합원을 만나는 일이 많은데 5병동에 있던 조합원이 갑자기 6병동으로 가는 등 너무 심하더라고요. 이번에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해제돼 좀 나아졌으려나 했는데 별반 달라지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2022 교섭 핵심 요구안


    이선옥(고신대학교복음병원지부)
    마스크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인 사회와 달리 의료현장은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라 마음이 무겁네요. 앞으로 저희가 열심히 투쟁해서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과정 중 하나가 교섭이라 생각합니다. 지부마다 내세우는 핵심 요구안은 무엇인지, 진행 상황은 어떤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신종현(건국대학교충주병원지부)
    저희는 2021년도 교섭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다들 마음 아파하시는데 저희도 마음이 아파요. 사측이 직원들한테 희생만을 강요하며 임금은 못 올려주겠다고 합니다. 2019년 이후에 임금이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저희는 2021년도 교섭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2022년도 교섭에서는 임금인상을 이뤄내는 걸 목표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박수진(홍성의료원지부)
    저희는 지방의료원 특성교섭을 시작했어요. 3차까지 마쳤고요. 이번 교섭에서 저희는 일·가정양립을 주요 요구안으로 담았어요. 출산이나 육아에 어려움이 없이 일과 가정생활을 할 수 있다면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정다운(국립암센터지부)
    2019년에 저희는 파업을 통해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총액인건비제도 예외 조항을 만들어서 시간외수당을 정말 힘들게 쟁취했습니다. 그런데 병동 부서 순회를 해보면 눈치가 보여서 시간외수당 신청을 못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교섭안으로 시간외수당을 절대 방해하거나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과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항을 넣었어요. 또 하나 중요하게 결원이 예상될 시에 미리 충원해서 인력 공백이 없도록 하는 것을 요구안에 담았습니다.

     

    이명섭(서울대학교치과병원지부)
    저희도 인력 공백 문제가 있었습니다. 명예퇴직을 앞둔 분이 계셨고 미리 알았기에 3개월 전부터 채용 과정에 들어갔는데 채용이 안 되더라고요. 결국 퇴직으로 결원이 생겼음에도 6개월 동안 인력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교섭에 임하는 각오


    이선옥(고신대학교복음병원지부)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슬로건처럼 저희는 ‘돈보다 생명을 실천한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임금으로 보상하라’를 핵심 요구안으로 삼았습니다. 저희도 작년에 교섭하고 조인식을 못 해 단협 갱신이 진행 중입니다. 작년에 사측이 악독하게 저희를 몰아붙여 제대로 된 임금상승을 이뤄낼 수 없었는데 올해는 반드시 이 목표를 이뤄내고 동시에 9.2 노정합의를 녹여낸 산별교섭 요구안도 실현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각오는 어떠한지요?


    이명섭(서울대학교치과병원지부)
    교섭이라는 게 항상 계획대로 안 되잖아요.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새로운 벽에 가로막혀 또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하는 등 어렵습니다. 저희는 국립대병원지부들과 함께 국립대병원 특성교섭을 시작했습니다. 곧 4회차임에도 지금까지 사측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될 때까지 끝까지 가려 합니다.

     

    정다운(국립암센터지부)
    저는 처음으로 교섭에 들어가는데 지부장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저희가 들고 가는 교섭안의 내용이 너무 좋거든요. 근데 이게 다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지치지 말자고 하시더라고요. 전임자가 지치지 않아야 한다고. 그래서 저의 각오는 ‘지치지 말자’ 입니다.

     

     

    신종현(건국대학교충주병원지부)
    얼마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환자분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보호자 분이 의료사고로 간호사들에게는 형사소송을, 병원에는 민사소송을 걸었습니다. 저희는 직원 의료사고 소송관련 대응 기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으나 병원은 단칼에 수용불가라는 답을 내놨습니다. 지부는 변호사 선임 모금운동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조합원분들이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부당한 대우를 개선하고 조합원과 소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산별노조와 꼭 이루고 싶은 변화


    이선옥(고신대학교복음병원지부)
    건국대학교충주병원지부의 얘기를 들으니 정말 가슴이 찡합니다. 노동조합의 역할은 조합원들을 위해 한 발 더 뛰고, 한 번 더 가보고, 한 번 더 듣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조합원들도 든든함을 느끼고 힘을 얻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9.2 노정합의 역시 노동조합, 산별노조의 힘을 느끼게 한 성과인데요. 마지막으로 산별노조와 함께 꼭 이뤄내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수진(홍성의료원지부)
    저희는 9.2 노정합의를 이뤄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이행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생기기도 했어요. 9.2 노정합의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우리 모두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종현(건국대학교충주병원지부)
    9.2 노정합의에는 지역 간 의료불균형 관련 내용도 담겼습니다. 충주에서 36주 미만 고위험 산모는 출산이 어려워 원정출산을 떠나는 실정입니다. 급성심근경색이나 뇌경색 환자에 대한 대비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서울에서 아프면 살 수 있고 충주에서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는 씁쓸한 얘기도 나눕니다. 산별노조의 힘으로 열악하고 소외된 지방의료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다운(국립암센터지부)
    저희는 작년에 임금이 0.9% 올랐어요. 올해는 1.4%에요. 총액인건비제로 공무원 인상률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에 임금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산별 중앙교섭에서 말하는 임금 상승률 7.6%는 저희에게 꿈같은 얘기예요. 총액인건비제도는 노사 간의 협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와 싸워야 하는 문제이니 특수목적공공병원과 산별노조가 함께 꼭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명섭(서울대학교치과병원지부)
    저희도 공무원의 인상률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국립대병원입니다. 지난 9.2 노정합의가 참 좋았는데 결국엔 기획재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물거품이 됩니다. 이런 한계를 어떻게 하면 돌파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국립대병원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소관을 이관하는 9.2 노정합의 내용이 잘 이행되면 좋겠지만 아직 법안도 올라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선옥(고신대학교복음병원지부)
    모두 산별과 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산별교섭의 효력이 확장된다면 우리가 각자 교섭을 하지 않아도 되고, 지역간 의료인력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산별의 힘이 아닐까요. 또 하나는 병원이 장사하듯 경쟁하지 않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산별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23일에 우리는 비를 맞으며 9.2 노정합의 이행과 고생한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라고 외쳤습니다. 꼭 이뤄졌으면 좋겠고요. 올해 2022년, 현장교섭과 산별교섭이 다 승리하는 한 해이면 좋겠습니다. 오늘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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