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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지도 않은 적자가 시민병원 무너뜨릴 이유가 될까요?" 이남희 성남시의료원지부장
    2022년 겨울호/🧘‍♀️인터뷰 2022. 12. 28. 11:59

    [위드크루] 병원이 문을 연지도, 노동조합을 설립한지도 얼마 안 된 두 지부는 올해 뜨거운 투쟁을 시작했다. 적정 임금과 성실한 교섭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정한 순천생협요양병원지부와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공공병원을 민간위탁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에 맞서 투쟁 중인 성남시의료원지부의 이야기다. 이야기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 조합원들과 함께하며 지부를 이끄는 두 지부장의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김미영·박근희 사진 김성헌

     

     

    있지도 않은 적자가 시민병원 무너뜨릴 이유가 될까요?

     

     

    성남시의료원은 이제 설립 3년째지만 병원을 설립하기까지 17년에 걸친 길고 긴 전사(前事)가 있다. 그래서 성남시의료
    원에는 ‘공공병원의 상징’, ‘노동·시민운동으로 만든 병원’ 같은 여러 가지 타이틀과 수식어가 붙는다. 제일 유명한 건 ‘대한민국 최초 주민발의 병원’이다. 성남시민들이 조례를 발의해 만든, 그야말로 성남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병원’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 소속 성남시의원들이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를 뜯어고치려 해 논란이 일었다. 성남시의료원을 민간에 위탁한다는 내용이다. 개정 조례안은 반대 여론에 밀려 결국 심사가 보류됐다(10월 기준).


    이남희 성남시의료원지부 지부장은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든 ‘의료 민영화’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개정 조례안은 있지도 않은 ‘예상 적자’ 때문에 민간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방만 경영으로 성남시의료원이 앞으로 연 3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니 민간에서 효율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거죠.”

     

    이 지부장은 ‘진심’으로 궁금하다. 도대체 무엇을 ‘방만 경영’으로 부르는 것인지. 왜냐면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2월 병원이 정식으로 개원도 하기 전에 일단 코로나19 환자를 받아 진료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앞에 ‘최초 주민발의 병원’으로서, ‘성남시 공공의료의 상징’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므로 이 지부장을 비롯한 병원 직원들은 묵묵히 일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금도 종식되지 않았다. 애초 병원 설립 당시 계획했던 진료는 제대로 해 보지도 못했다. 방만 경영이 들어설 틈조차 없었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성남시가 지난 6월부터 의료진 신규 채용을 허가하지 않아 의료진 공백이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의사 99명 중 24명이 사직해 현재는 70명뿐이다. 전체 직원 1천200명 중 153명이 병원을 떠났다. 대부분 간호사다.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지난해도 병원은 흑자였어요. 정말로 ‘방만 경영’이 문제라면 경영정상화를 위한 주문부터 하고 이행 과정을 살펴 민간위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수순 아닌가요?” 무수한 세월 공들여 시민의 손으로 만든 병원을 ‘있지도 않은 예상적자’로 민간에 위탁하겠다는 발상이 의심스러운 이유다. 이 지부장은 그래서 개정 조례안을 “시민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으로 만들려는 시작점”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성남시의료원에 지원한 건 공공병원이기 때문이었어요. 예전에 민간병원에서 일할 땐 ‘물자 절약’이라는 핑계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료용품도 주지 않았거든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공공병원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꼈어요.”


    성남시의료원의 미래는 결국 노동자와 시민의 손에 달렸다.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고 있어요. 마냥 암울하게 생각할 필요도, 그렇다고 무조건 희망을 가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요.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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