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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사를 고려하고 계신가요?’ 보건의료노동자 3만 5천 명이 답했다!
    2020년 겨울호/이슈💡 2021. 9. 13. 15:31

     

     

    글 : 안태진 보건의료노조 정책부장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물었다. 일터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이직을 고려하고 계시지 않은가요? 3만 5천 명의 보건의료 노동자는 퇴사하고 싶은 이유로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 낮은 임금, 직장문화와 인간관계를 꼽았다. 직장을 바꾸려면 어떤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할까? 2020년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66.6%가 이직 고려

     

    주로 누가 응답했나요?
    절반이 넘는 58% 응답자가 사립대병원 노동자다. 직종별로 보면 간호사가 전체 응답자의 65%로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여성이 81.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92%가 정규직, 93.5%가 조합원이다.


    이직, 하고 싶으신가요?
    최근 3개월간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의 총 66.6%가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라는 응답자를 근무형태별로 비교해보면, 3교대 근무자가 가장 많았다. 3교대 근무자의 27.9%, 야간근무 전담자의 16%, 통상근무자의 14.8%, 2교대 근무자의 14.5%가 진지하게 구체적으로 이직을 고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6.9%)가 ‘열악한 근무조건 및 노동강도’를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민하게 만든 이유로 선택했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조금 덜 할까 짐작했지만 1년 차 이하부터 21년 차 이상까지, 모든 연차에서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를 이직 고민 이유로 꼽았다. 오래 일해도 낮아지지 않는 노동강도는 보건의료 노동자가 현장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이다.


    열악한 노동조건 및 노동강도 다음으로는 역시 ‘낮은 임금수준’이 문제였다. 25.8%의 보건의료 노동자가 임금이 제일 문제라고 답했다. 낮은 임금수준을 이직 이유 1순위로 꼽고 있는 경우는 연차가 높아질수록 줄어들었다. 1년 차 이하(30.5%)에서 근속기간이 오를수록 2%가량씩 내려가 21년 차 이상(13.5%)에서는 ‘낮은 임금’이 이직 사유 3위로 밀려났다.


    주요한 두 선택지를 제외하고 두드러진 응답으로는 ‘직장문화 및 인간관계(괴롭힘 등)’가 있다. 2, 3순위 응답으로 비교적 많은 선택을 했으며, 선후배와 동료 등 인간관계가 현재 직장을 떠나고 싶은 큰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응답이다.

     

     

    퇴사를 부르는 인력부족 현실
    퇴사를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직종, 연차, 기관의 특성을 불문하고 ‘열악한 노동조건 및 강도’다. 보건의료현장은 왜 이렇게 일하기 어렵고 힘들까? 바로 여러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86%의 응답자가 ‘부서 내 인력부족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강해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인력이 부족하면 더 힘들어지고 더 위험해진다. 77.7%의 노동자가 인력부족으로 인해 ‘사고위험에 노출돼있다’라는 응답을 했다. 직원이 일하기 힘들고 일터가 위험하니 환자도 안전할 수 없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의료ㆍ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80.8%로 높고 의료의 질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비율도 78.8%로 상당히 높았다.


    실태조사에서는 최근 3년간 같은 질문을 던졌다. 3년간 줄지 않고 비슷하게 80% 이상의 노동자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부족한 인력으로 발생하는 악영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제 보건의료노조는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산별, 특성별, 지부별 교섭부터 ‘보건의료인력 UP’(2016), ‘#늘려요’(2020) 등 대시민 캠페인도 벌였다. 그 결과 2019년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통과되었다. 코로나19로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내 일, 네 일 구분 없는 보건의료현장
    인력 부족 현실의 이면을 살펴보았다. 나의 ‘권한과 책임을 벗어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해 48.4%의 응답자가 동의했다. 업무 구분이 체계적이지 않냐는 질문에도 39.5%의 대상자가 동의했다. ‘권한과 책임을 벗어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응답을 직종별로 나누어 보면, 간호직이 59.4%로 가장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는 보건의료노조가 2020년 9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현장간호사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총 12개 의료기관의 현장간호사 2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병동간호사 64.5%, PA 간호사의 91.9%가 본인의 업무 중 의사업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의사업무를 해야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책임소재 불분명을 1순위로 꼽은 응답자(42.5%)가 가장 많았다. 일은 더 많이 하면서, 문제가 생길 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보건의료대학 신설을 비롯한 의사인력 확대를 기자회견, 성명서, 캠페인 등을 통해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내 일, 네 일 구분 없는’ 보건의료현장의 문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의료 현장의 인력문제는 직종을 넘어서 서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 보건의료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

     

    몸부터 축나는 보건의료현장, 이제는 아프다고 말해요

     

    우리의 몸은 다 알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건강한가요? 49%의 보건의료 노동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현 직장에서 일한 이후 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64.5%, 내가 맡고 있는 업무가 나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이 62.5%로 나타나 심각성을 알려준다.


    몸의 신호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적 질환, 수면장애부터 근육과 관절에 단번에 치료되지 않는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뇌·심혈관질환이나 암, 백혈병 같은 질병들도 때에 따라 업무적 스트레스로 인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베임, 찔림, 넘어짐 사고들도 일터에서, 혹은 출퇴근 길에 일어났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다. 하지만 일터에서 다쳤다고 재해보상 신청을 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는 매우 드물다. 조사결과 재해나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 16,000여 명 중, 단 5.5%만이 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절반 이상(57%)이 ‘부상 또는 질병이 심각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경미한 부상도 쉽게 치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학연금공단에 재해보상급여를 신청하거나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


    내가 다친 이유가 개선되어야 다른 사람이 같은 이유로 아프지 않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이 자주 부딪히는 모서리에 쿠션을 설치하는 것부터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부서의 시설 전체를 개보수하는 것까지 시간이 걸려도 노동조합과 함께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일하다 골병드는 보건의료현장의 노동자가 아프다고 말해야 현장이 바뀐다.


    보건의료노조는 지역본부별 담당자를 위원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기획단은 노동안전보건 교육과 각종 안전보건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보건의료 노동자가 건강하게, 여유롭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2021년도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란?

    더보기

    2002년에 시작한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는 전국 보건의료 노동자를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조사로, 19년 째 계속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올해 실태조사는 35,614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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