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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는 죽어가고 있고,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2020년 겨울호/이슈💡 2021. 9. 14. 13:16

    글 : 황인철(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사진 : 기후위기비상행동

     

     

    우리는 수시로 울려대는 재난문자를 마주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시작으로, 올해는 코로나19, 폭염, 폭우, 태풍, 산사태 등 지구의 경고는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평생 마스크를 끼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걷잡을 수 없는 총체적 위기를 맞이한 인류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후위기의 불편한 진실을 살펴보자.

     

     

    기후위기 시대, 팬데믹이 던지는 경고
    지난여름 54일간의 최장의 장마를 기억하는가? 전국 곳곳에서 폭우와 홍수, 산사태로 인한 이재민이 속출했다. 2년 전 2018년에는 역대 최고기온을 갱신한 폭염을 겪어야 했다. 재난이 일상처럼 다가오고 있다. 팬데믹과 기상이변의 배후에는 바로 인간에 의한 생태계 훼손과 기후변화가 놓여있다. 이러한 일들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20년 8월 녹색연합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8%가 코로나19와 폭염, 폭우를 겪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답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기후위기의 징후는 날로 늘어난다.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까지 5개월간 호주 전역에서 산불이 지속되었고, 2020년 여름 미국 서부의 산불은 서울 면적의 7배를 불태웠다. 한국도 해마다 건조해지는 봄철 기상상황으로 산불의 면적과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한여름 폭염은 많은 인명피해를 낳는다. 2018년 한국에서 폭염은 2015년 메르스보다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추세라면 21세기 후반에 폭염일수가 3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양상은 극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북극곰의 이야기는 이미 오래되었다. 올해 초 시베리아 지역에서 러시아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건은 1년 내내 얼어있어야 할 영구동토지대가 기온상승으로 녹으면서 석유저장시설이 무너져 생긴 일이다.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위기
    기후위기는 인류 건강의 위기를 초래한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진자가 5500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보여지듯,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는 인수공통감염병을 확산시킨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바이러스의 확산은 빨라지고, 말라리아, 뎅기열과 같은 열대성 감염병도 늘어난다. 또한 기후위기는 식량의 위기로 찾아온다. 올해 초부터 아프리카 대륙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메뚜기떼 창궐로 식량이 바닥났다. 건조한 사막지대를 찾아온 폭우와 태풍이 웅덩이와 호수를 만들면서 곤충이 대규모로 번식할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과 난민을 촉발시킨 것도 러시아의 가뭄으로 인한 밀 가격 폭등이었다. 올여름 폭우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어느 유명 브랜드의 햄버거에서 토마토를 빼버린 것은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자급률 20%대의 한국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상이변과 식량생산 변동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사람만이 아니라 생태계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한라산, 지리산 등 1600m 이상 아고산지대에서 살아가는 한국 고유종 구상나무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점점 더워지는 바다에서 산호를 비롯한 미역, 감태 등 해조류가 사라져가고 있다. 육지의 숲과 바다의 숲이 사라지면 생태계 균형이 깨어진다면, 생태계의 일원인 인류의 삶도 온전할 리 없다.

     

    지구가 견딜 수 있는 온도까지 7년
    이렇게 기후위기의 증거들은 차고도 넘친다. 날로 가속화되는 기후위기 앞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처럼 인류가 살아간다면 지구 온도 상승의 한계인 1.5도까지 남은 탄소를 소진하는 데에는 불과 7년밖에 남지 않았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위해 마구잡이로 사용해온 화석연료가 이제 인류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은 이제 윤리적 차원에서도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개별 국가와 국제사회 차원에서의 시급한 행동이 절실한 이유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7위의 한국도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빨리 벗어나야 할 때다. 지난 1년간 눈에 띄는 일들이 있었다. 정부는 7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고, 국회는 9월 기후비상선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지난 10월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으로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 구체적인 정책과 행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소를 삼척 등에 건설 중이고 해외에도 수출 중이다.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토건사업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최근에 다시 점화된 영남권 신공항 등이 바로 그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온실가스 수치를 낮추는 일만이 아니다. 그동안 화석연료에 기대어 경제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추구해온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바로 “돈보다 생명을” 위한 사회로의 전환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기후위기는 애초부터 사회적 불평등을 기반으로 생겨났다. 전 세계 인구 중 가난한 이들 50%가 배출한 탄소가 10%도 채 안 되지만, 전 세계 10% 부자들이 절반의 탄소를 배출한다. 더군다나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증가된’ 배출량을 본다면, 상위 10%가 늘어난 배출량의 46%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가 배출량 증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에 불과했다. 탄소배출 대부분이 소수의 세계 최상위 부자들이 더 사치스럽게 살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자면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기후위기는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 “코로나19 사태는 기후위기를 앞둔 소방 훈련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팬데믹은 하루속히 지금의 삶을 변화시키라는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기후위기에는 백신도 없다. 불평등에 기대어 성장을 추구해온, 이윤을 위해 지구의 생명을 착취해온 현재의 산업문명 체제를 바꿔야 한다.
    인류 역사상 200년도 채 안 된 시스템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인지, 2020년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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