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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정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야간교대근무제 개선, 공공의료 확충” 행복을 위한 해답 찾기, 지금이 골든타임
    2021년 여름호/특집👀 산별총파업 2021. 8. 6. 16:47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노조가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열었다.

    글 :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

     

    한계치를 넘어선 의료현장

     

    지난 5월 12일,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환자 복부를 절개하고 심장 마사지까지 한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에서 대리 동의서 서명과 대리수술, 대리처방에 내몰리고 있는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 실태를 보도했다.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에 의해 수술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경악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의사협회는 국민들에게 사과하면서 대리수술 의혹 관계자들을 고발하는 한편,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무면허 불법의료행위가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보건의료노조가 5월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현장에 만연한 불법의료 실태를 조사했고 불법의료에 내몰린 조합원들의 증언을 모았다. 90%가 넘는 PA간호사들이 의사업무를 대리하는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리는 현실이 드러났고 진료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없는 유령인력으로 일하며 막상 문제가 생기면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고 법적 처벌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기막힌 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6월 8일에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에서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언론에 보도됐다.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환자·보호자들의 불평불만과 과도한 요구 사례, 환자 본인의 관절 치료를 위해 살아있는 벌을 택배로 시킨 사례, 밥이 식었다며 식판을 뒤엎거나 퇴원을 시켜주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고 수액 폴대를 휘두르며 폭행한 사례, 적은 인력으로 치매·정신·와상환자들을 돌보느라 육체적·정신적으로 녹초가 되는 사례들이 드러났다. 이 또한 보건의료노조가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102개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태를 조사해 언론에 알렸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의료현장의 실태를 적극적으로 알려내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데 의료현장은 한계치를 이미 넘어섰다. 신규간호사의 48%가 병원을 떠나고 있지만 소진·탈진,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없다. 인력부족에 너무나 불규칙해서 누구나 회피하고 싶어 하는 최악의 야간교대근무제를 개선하려는 대책도 없다. 의료진이야말로 K-방역 성공의 주역이고 영웅이라며 ‘의료진 덕분에’ 응원운동이 전 국민적으로 벌어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을 약속했지만 나아지는 게 없다.


    불법의료에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의사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정부도 1년에 4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의사협회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의료노조가 8년을 싸워서 2019년에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통과됐지만 정부는 법적 의무인 인력 실태조사도 하지 않고 종합계획 수립과 처우 개선, 예산 지원책도 내놓지 않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공의료가 얼마나 중요한 지 확인되었고 실제 9%밖에 되지 않는 공공의료가 80%가 넘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속도가 나지 않고 공공병원의 의료인력 부족과 만성적자, 임금체불 걱정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행복한 일터·생명 살리는 파업

    그래서 올해 보건의료노조는 산별총파업을 예고했다. 6월부터 교섭을 시작해 8월말까지 3개월 안에 불법의료 근절, 업무 범위 명확하게 구분, 인력 확충과 부서별·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야간교대근무제 개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공의료 확충·강화와 같은 요구사항이 해결되지 않으면 9월부터 파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파업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폭발 직전의 의료현장 실태를 제대로 알려내고 정부와 국회가 발 빠르게 나서서 해법을 마련하도록 하려면 200개 지부 8만 조합원이 파업을 내걸고 싸워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1년을 지나면서 더 이상 공공의료 확충을 늦춰서는 안 되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희생과 헌신으로 버티는 의료인력의 확충과 처우 개선이 정말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가 있을 때 싸워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1년은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과 야간교대근무제 개선, 공공의료 확충·강화라는 실질적 해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불법의료 현실과 코로나19 치료현장의 실태가 언론에 보도되고 보건의료노조가 9월 파업을 예고한 상태에서 이미 청와대 면담이 이뤄졌고 5월 31일부터는 보건복지부와 교섭을 시작했다. 국회의원 면담, 정당과 간담회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던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고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은 더 이상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량과 폭언·폭행·감정노동, 탈진·소진, 이직에 내몰리지 않고 적정인력 확보와 교대근무제도 개선으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파업이다.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않고 어떤 감염병이 와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파업이고 부실한 공공의료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파업이며 결국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자랑스러운 파업이다.


    산별총파업을 내걸었지만 보건의료노조의 목적은 파업이 아니라 인력확충과 교대근무제도 개선, 공공의료 확충의 실질적 해결이다. 노동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파업을 배수진으로 실질적 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한계치를 넘어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는 의료현장의 실태를 낱낱이 알려내는 것, 200개 지부 8만 명의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고 함께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우리가 알리지 않으면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국민도 알 수가 없다. 우리가 함께 싸우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거나 대충 얼버무리려 할 것이다. 바로 올해, 바로 지금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값진 결실을 만들어내기 위해 코로나19 전사·영웅들인 우리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실천에 나서야 할,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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