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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2019년 가을호/특집🏣공공의료 2021. 9. 14. 11:00

    글 : 임준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아래 글은 보건의료노조가 2019년 11월에 발행한  <건강나눔>에 실린 글입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가 죽고 사는 문제를 결정한다. 응급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큰 병원이 있는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뇌졸중이 생겨도 큰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집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지만, 응급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작은 병원만 있는 중소도시나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누구나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의원이 함께 여는 공공의료
    2018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보건의료발전종합대책(이하 대책)은 절박한 의료현실에서 출발하였다. 국민의 생명 안전에 관한 필수보건의료가 공정하게 잘 분포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공동체로부터 안타깝게 사라져간 소중한 생명을 더 많이 살릴 수 있고,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대책이다. 모든 보건의료를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응급, 외상, 심뇌혈관질환, 중환자와 같은 필수중증의료 분야와 신생아, 산모, 노인, 장애인 등 취약한 인구집단에 대한 필수보건의료 분야, 그리고 감염병, 환자 안전 등과 같은 공중보건 분야는 우리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공공병원만 동분서주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병의원도 함께 공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의 필수보건의료 보장에 책임을 부여하고, 정부가 이에 필요한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한 후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시범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국립대학교병원을 우선적으로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기 위해 권역공공의료본부 설치 예산을 마련하고 권역협력병원 네트워크 구축 및 퇴원환자연계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70개 중진료권을 나누어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 육성함으로써 시도 권역책임의료기관, 지역의 우수병원 등과 함께 중진료권 내 지역주민의 필수의료를 책임지면서 지역주민의 건강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국립공공의대 신설과 공중보건장학의 제도 운용 등 지역의 보건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혁신적 시범사업으로 성큼성큼 패러다임을 바꾸자
    그러나 가야 할 길이 멀다. 대책이 현실화되려면 시설 인프라 확충, 보건의료 인력의 양성과 관리 등에 필요한 재정 계획, 그리고 보건의료 인력 계획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 재정 당국이 공공보건의료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필수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재정 투자와 공공보건의료 인력 확충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갖고 있는지가 미지수다. 만약 대책의 실행력을 담보하려면 건강증진기금 또는 건강보험 재정 중 일부를 필수보건의료 혁신기금으로 조성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혁신적인 시범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차의료 기반 만성질환 관리사업이나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사업이 따로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권역ㆍ지역의 책임의료기관 및 협력병원 등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책임의료기관과 일차의료기관, 보건 및 복지기관이 함께 환자 또는 주민 중심의 통합적인 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역 단위의 통합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우리나라 전체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대한 인력 실태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인력 실태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필수의료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및 관리 계획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이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다. 지역소멸 시대라고 할 정도로 현재 지방은 치명적인 위기 상황이다. 수도권 및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인구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고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의 임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필수의료에 대한 접근성마저 그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벌어진다면 지역소멸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무엇보다 지방정부의 역량 강화가 우선일 것이다. 단기간에 정책 역량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취약한 정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도의 정책 지원 기능을 수행할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설치가 필수다. 아직 7개 시도에 불과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설치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올해부터 국비 지원이 시작되었는데, 지원 대상도 늘리고 지원액도 높여서 지방정부의 정책 역량을 높여 나가야 한다.


    대책은 여러 전문가의 참여에 기초하여 정부가 수립한 정책이다. 정책적 타당성 뿐 아니라 정책의 실효성이 있으려면 정책 결정 과정에 당사자인 국민의 참여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여러 경로로 참여가 이루어졌지만, 충분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 노동조합 등 국민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의 대책이 단지 선언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무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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