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조합원 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코로나19와 싸운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의 이야기
    2021년 여름호/🏃‍♂️현장이야기 2021. 8. 6. 17:55

     

    코로나19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보건의료 현장.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지난 코로나19 1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보건의료노조가 5월 10일부터 6월 15일까지 진행한 수기 공모전에는 이 시간을 보낸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담긴 많은 사연이 도착했다. 그 가운데 최우수상을 수상한 조합원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글 : 공공병원 조합원

     

     

    “나는 코로나19 확진병동 간호사다”
    나는 코로나19 확진병동 간호사다. 특수파트에서 근무하다 병동으로 발령난지 얼마 안 된 병동업무에 미숙한 10년차 간호사이다. 처음 발령이 났을 때는 두려웠다. 낯선 병동으로 가는 것도 두려운데 코로나19 환자까지 돌보아야 하니 겁이 났다. 그리고 어느 병원이나 그렇듯 병동의 대부분은 신규간호사여서 나보다 한참 어린 간호사들과 섞여 일을 하며 손발을 맞추는 것도 겁이 났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다들 친근하게 다가와주고 잘 가르쳐주어서 이제는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다.
    요즘은 차지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차지간호사가 되는 날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후배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후배들에게도 잘 보여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 오늘은 나보다 10살 어린 귀여운 후배 보미와 주희가 액팅을 하는 날이다.


    “보미, 주희 오늘 나 많이 도와줘야 해!!”
    “네 선생님~”


    개인호보구를 챙겨 입으며 보미가 대답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할 일을 해 내는 어린 간호사들을 보면 흐뭇하다. 오늘은 끝나고 술 한 잔 해야겠다.


    “보미야, 우리 오늘 끝나고 맛있는 거 먹을까?”
    “고기 먹어요!”
    “그럼 우리 동네에 맛있는 고깃집이 있으니 거기로 가자!”


    오늘도 어김없이 바쁜 데이근무가 끝나고 나는 일부러 우리 동네로 아이들을 유인했다. 나는 35살이다. 근무 후 뭔가를 하기엔 이제 너무 힘들단 말이다. 동생들이 구워주는 맛있는 고기를 먹으며 술을 한잔시켰다. 고기가 참 맛있다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쯤, 보미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사실은요…. 제가 확진자였잖아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격리도 되고, 코로나에 걸려서 여러모로 불안했지?”


    나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사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는 자체가 보미에게 실례가 되는 것 같아 그동안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보미는 그런 것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한탄을 하며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아니요. 저는 제가 병동에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리고 수시로 전화를 받았어요. 당연히 동선체크해야 하고 모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저를 잘못한 사람 취급하며 이야기했어요. 저는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았거든요…. 심지어 그날 근무 끝나고 저희 집에서 잠을 잔 주희도 제가 감염시킨 거 있죠.”


    주희도 입을 열었다.
    “보미가 저한테 미안해하지만 전 진짜 괜찮았어요. 왜냐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도 저랑 같이 사는 제 친동생을 감염시켰어요. 동생한테도 미안하고 저랑 동생 모두 감염되었다고 부모님과 할머니께 이야기 드렸더니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모두 많이 걱정하시고 우셨어요.”


    이야기를 하며 보미와 주희 모두 눈물을 흘렸다. 나는 몰랐다. 그저 코로나19에 걸려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겠구나.’라고만 생각했지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후배들의 이런 속사정까지는 들은 적이 없었다. 보미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저희는 진짜 죄인인 것 같아요. 코로나에 걸려서 병원에 피해만 입혔어요. 어디서 걸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저희 진짜 어디 안 다녔어요. 코로나에 감염될까봐 집이랑 병원만 왔다 갔다 하고, 음식도 전부 배달시켜 먹었어요. 저희 때문에 안 그래도 없는 인력 더 줄었고, 코로나로 환자도 넘쳐나는데 병동폐쇄까지 시켰어요. 전 간호사랑 안 맞나 봐요. 차라리 그만 두는 게 환자를 위해서도 동료들을 위해서도 좋은 방향 아니었을까요.”


    나도 눈물이 났다. 아끼고 사랑하는 후배가 이렇게 힘들었을 줄 몰랐다. 선배라면 후배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바른 곳으로 이끌어주고, 힘들 땐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착한 아이들에게 누가 이런 모진 말들로 상처를 주고 이런 감정이 생기기까지 아무도 어루만져 주질 않았을까? 후배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꽂혔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보미야 주희야, 이리와 봐.”
    나는 후배들을 안아주었다. 허름한 동네 고깃집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감염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고 이렇게 질책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간호사는 결국 환자가 아니었다. 반성해야 할 사람이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보미가 말했다.


    “선생님 사실 첫 출근하고 나서도 힘들었어요. 다들 저를 보고 수군거렸고 출근 첫날부터 여기저기 끌려가서 해명해야 했어요. 그리고 제가 사람들한테 명사로 불리고 있었던 거 있죠? 저보고 ‘코로나 걸린 애’래요. 제 이름도 사라졌어요. 저는 저 때문에 제 동료까지 감염되고, 본가에 안 오냐는 부모님께는 사실 감염되었다고 말도 못했어요. 걱정 많이 하실까봐.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고 속상해요.”


    “보미야. 너 잘못이 아니야. 우리 진짜 1년 동안 땀도 흡수 안 되는 보호복 입고 100킬로도 넘는 환자 기저귀 갈면서 숨 막히게 일했어. 내가 알아. 우리 병동 간호사들이 다 안단 말이야. 물 먹으면 화장실 가야 해서 환자를 보는 시간이 줄어들까 봐 물도 안 먹고 소변도 참으면서 우리 1년을 살았어. 온 몸이 땀에 절고 숨이 막혀도 그동안 잘해왔잖아. 네 잘못이 아니야….”


    “선생님…. 저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이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껏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어요. 너무 고마워요, 선생님. 다들 저만 보면 코로나 이야기만 해서 주변 사람들이랑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도 너무 막막했어요. 선생님도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어깨가 안 좋아서 보호구도 제대로 벗지도 못하면서 병동 적응하려고 애 많이 쓰셨잖아요! 저희도 알아요.”


    “알아줘서 고마워 보미야…. 나도 적응하느라 진짜 힘들었는데 너희들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아….”

     


    “우리는 죄인도, 노예도 아니다”

    의지할 곳 하나 없이 버텨온 후배들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의 일상은 1년 전과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잊어버렸다. 한동안 ‘덕분에, 늘려요’ 등 의료진을 위한 캠페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일이 힘든 건 어떻게든 버틸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이 잊혀 간다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진 만큼 의료진의 마음의 상처와 희생은 자연스러운 것이 돼버렸다.


    간호사의 처우 또한 2015년 메르스 때와도 변한 게 없다. 정권이 바뀌고 6년이나 흘렀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환자를 돌보는 점은 여전하다. 대부분이 신규간호사인 병원 안에서, 목숨을 걸고 환자를 돌보며, 동료는 계속 떠나가고, 연락도 되지 않는 의사의 잘못된 처방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환자에게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이 현실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은 코로나19 병동도 힘들지만 일반병동도 그만큼 힘들다. 코로나19로 몇몇 병동이 폐쇄되다 보니 중증도가 높고 입·퇴원이 많은 환자들이 일반병동으로 몰려 그쪽 간호사들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간호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우리는 노예도 아니다. 또한 우리가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그저 안전한 환경 속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안전하길 바라는 열망 하나 가지고 있을 뿐이다.


    “보미야, 주희야 너무 고생했어. 그리고 지금까지 버텨줘서 고마워…. 너희는 환자한테 꼭 필요한 간호사고, 우리 병동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간호사야. 내가 보증해!”
    “선생님!! 너무 고마워요!!!”


    주희가 통곡을 했다. 그리고는 보미가 한마디 했다.
    “우리 2차가요.”
    데이근무를 마치고 온 나는 사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착한 후배들을 위해 ‘오늘 이 한 몸 희생하리라!’는 마음을 먹고 기꺼이 같이 2차를 갔다.

     


    “권리에 침묵하지 말자”
    내가 항상 후배와 간호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아픈 사람을 보기 때문에 늘 내 몸과 정신이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한 간호를 할 수 있으니 항상 잘 챙겨먹고 아프지 말자’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 쉬울 것 같지만 간호사이기에 가장 어렵기도 하다. 간혹 선배들 중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인원도 많아지고 근무환경도 달라져 훨씬 쉽게 일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아직도 의료현장은 열악하다. 과거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결국 끊임없는 요구로 2019년에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계속해서 요구해야 한다. 법까지 제정되지 않았는가? 우리가 앞장서고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만 우리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일 할 수 있고,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전국의 모든 간호사들아 많이 힘들지? 나는 너희들의 이마와 볼에 패인 자국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노력하는 너희들이 있어 지금껏 버텨왔어. 조금만 더 힘내자. 우리가 안하면 누가 아픈 사람들을 돌보니?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는 서로가 얼마나 힘든지 다 안다. 우리가 우리를 알아주지 않으면 누가 알아주니? 그리고 얘들아, 내 몸이 힘들다고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에 침묵하지 말자. 관심을 갖고 의문을 제시하고 잘한 건 잘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자. 이제부터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살아가자.


    많은 대중이 우리를 잊었지만 우리는 오늘도 감염병과 싸우는 환자를 위해 보호구를 입는다. 그리고 오늘도 꿈꾸고 기도한다. 그저 우리 모두 내가 일하는 만큼 인정받고, 아낌 받고 꽃같이 대우받는 그런 날이 오기를.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