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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코 한 코 엮어가는 작은 행복신천연합병원지부 소모임- 코바늘뜨개질 모임2021년 여름호/🏃♂️현장이야기 2021. 8. 6. 17:44
글 : 유숙경 보건의료노조 신천연합병원지부장
모임은 한 선생님의 소박한 바람으로 시작됐다.
“김 샘이 뜨개질 강사 뺨치게 잘한다면서요? 코바늘로 수세미 뜨는 것 좀 가르쳐줘요. 만들어서 나도 쓰고, 잘 뜨게 되면 나눔도 할 수 있게.
"정말요? 그럼 우리 한번 해봐요.”
이렇게 노동조합 코바늘뜨개질 모임은 2명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됐다. 기꺼이 강사를 자처해준 김 샘은 그동안 자신의 집 창고에 잠들어 있던 코바늘과 온갖 실을 노동조합에 기부했다. ‘조합원들이 관심을 가질까?’ 싶었던 걱정은 병원 전산 노동조합 게시판에 모임공지를 올리자마자 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사라졌다.
“코바늘뜨기는 처음인데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강사님이 아주 친절하게 알려드려요”
“노동조합 사무실로 가면 되나요?"
“네, 하고 싶은 분 모두 오세요.”
인력이 부족해 항상 일에 치이다 보니 직장인에겐 황금 같은 점심시간을 노동조합에서 보내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 게다가 조합사무실이 원내가 아닌 별관에 있다 보니 오는 사람만 찾아온다. 조합원이 북적북적하는 노동조합은 옛말이 된 지 오래였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조합원이 찾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작은 코바늘 하나와 실 한 타래, 그리고 ‘수세미 뜨기’로 조합사무실엔 조합원들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혹은 데이 근무를 마친 조합원들은 삼삼오오 노동조합으로 와서 서툴게 코바늘을 잡는다. 한 코 한 코 사슬을 만들어 가는 조합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푸근해지는 마음. 자신의 창고를 열고 기꺼이 강사를 자처해준 김 샘과 그런 김 샘에게 고마워하며 서툴지만 실을 엮어가는 조합원들을 보며 노동조합의 행복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2021년 여름호 > 🏃♂️현장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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