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맛있는 짜이 한 잔을 끓여내는 진심의 힘 <사직동, 그 가게>
    2019년 가을호/🌿문화 2021. 9. 14. 13:37

    긴 생명력으로 자리를 지켜온 한옥과 양옥들이 옛 정취로 맞아주는 사직로 중턱, 아담한 마당에 자리잡은 ‘사직동, 그 가게’가 있었다. 한옥 건물 곳곳에 걸린 티베트의 오색깃발과 매듭문양 걸개, 다람살라의 풍경을 그린 벽화가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로 어우러졌다. 마당을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인도 향신료 볶는 알싸한 냄새가 후각을 사로잡는다. 주방에서 직원과 함께 커리를 만들고 있던 잠양 대표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특별한 커리가 있는 그 가게
    2010년 5월 서울 사직동에 문을 연 ‘사직동, 그 가게’는 인도북부 다람살라에 형성된 티베트 난민사회의 경제, 문화적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록빠(ROGPA)’의 지원사업 중 하나로 시작되었다. 잠양 대표는 다람살라 출신의 티베트인으로, 한국인 아내 ‘빼마’와 함께 ‘록빠’를 설립한 후 다람살라에 록빠 샵&카페 1호점을 열었다. ‘사직동, 그 가게’는 록빠 샵&카페 2호점으로, 인도음식을 파는 카페와 록빠 여성작업장의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함께 있다.


    “처음에는 티베트 음식을 해볼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티베트 대표음식인 모모는 한국의 만두와, 뚝빠는 칼국수, 뗌뚝은 수제비와 아주 비슷하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굳이 한국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먹으러 올까? 그보다는 이국적인 매력인 강한 인도음식에 더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직동, 그 가게’의 메뉴판은 간단하다. 식사는 커리와 도사, 음료는 짜이와 라씨다. 커리는 치킨커리와 채식인을 위한 두부커리가 고정메뉴, 여기에 제철재료로 만들 수 있는 커리 한 가지를 계절에 따라 바꿔가며 메뉴에 더한다. 가을에는 파삭파삭한 단호박이 제맛이라, 얼마 전 단호박과 병아리콩을 넣은 채식커리를 추가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일주일 치 기본 커리소스를 만들어 놓은 후, 매일 그날의 커리지기가 각 커리에 어울리는 재료를 더해 요리를 완성한다. 도사는 쌀가루 반죽을 바삭할 정도로 얇게 부쳐낸 남인도 음식으로, 야채 쌈바와 코코넛 처트니를 곁들여 먹는다. ‘사직동, 그 가게’ 도사는 현미가루를 사용해 영양을 더하고, 코코넛 처트니와 토마토칠리 소스, 커리 향신료로 매콤하게 볶아낸 감자와 함께 상에 오른다.


    한 잔의 짜이를 맛있게 끓여내는 기다림
    인도커리라고 해서 다 같은 맛을 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잠양 대표는 ‘사직동, 그 가게’만의 특별한 커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다. 인도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향신료. 자신이 공부한 ‘아유베르다(음식으로 몸을 치유한다)’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체질에 잘 맞는 향신료를 위주로 사용하고,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매운 맛과 향을 조절했다. 그래서 ‘사직동, 그 가게’의 커리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원재료에서 우러나는 감칠맛이 뛰어나다.


    “터머릭(강황)은 항암효과뿐 아니라 면역력 강화,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고 큐민은 소화를 도와주지요. 향신료는 제가 직접 인도에 가서 1등급 상품만 골라 사옵니다. 짜이를 만드는 찻잎은 저희가 관리하는 아쌈지방 차밭에서 직접 수확한 것이고요”


    잠양 대표는 ‘한 잔의 짜이를 맛있게 끓일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문장으로 ‘사직동, 그 가게’의 철학을 설명한다. 좋은 찻잎을 고르고, 향신료를 적절히 배합해 최고의 맛이 우러날 때까지 서서히 끓여내는 기다림의 과정을 거쳐야만 정말 맛 좋은 짜이 한잔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록빠의 정신을 같이하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앞으로도 ‘사직동, 그 가게’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신을 모시는 정성’으로 짜이 한 잔, 커리 한 그릇을 만들어 대접하려 한다. 이것이 ‘사직동, 그 가게’의 음식이 다른 인도음식점의 그것과 다른 만족을 주는 이유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