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최지웅 아주대의료원지부 조합원
    2021년 겨울호/🧘‍♀️인터뷰 2021. 12. 10. 18:10

    2021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영상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최지웅 아주대의료원지부 조합원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은 영상공모전을 주최했다. 공모전에서 병원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일터에서 지워지는 사람들>로 우수상을 받은 최지웅 아주대의료원지부 조합원을 만났다.


    최지웅 조합원은 “옆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료가 없어졌는데도 무심한 현실, 비정규직 동료가 없어진 자리에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채워지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싶었다.”며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 영상을 되도록 많은 병원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보기를 바랐다.

     

    영상공모전 우수상 &amp;lt;일터에서 지워지는 사람들&amp;gt; 중 한 장면 (https://youtu.be/brCQzUlK_Tc)

     

    계약직으로 입사해 지금은 정규직으로 일하시죠?
    네. 아주대의료원 영상의학과 일반촬영실에서 방사선사로 근무 중이에요. 2014년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1년 계약종료 후 저는 정규직으로 전환돼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일터에서 지워지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비정규직의 애환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전혀 몰라요. 사실 비정규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그 때의 고달팠던 과거는 잊고 살게 되고요. 비정규직 선생님들은 끝이 보이는 일상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요. 그걸 모르는 인사권자들은 너무 쉽게 그들을 내쳐버리죠. ‘그동안 수고했다’는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그들의 ‘최선’에 대한 보상이죠. 그런 말을 하는 인사권자들이 정신 차렸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번 영상을 기획하게 됐어요.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특히 병원 인사노무 파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 영상을 봤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면 아주대의료원 공식 채널에도 올리고 싶은데 권한이 없어서…. 하하하.


    영상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있었는데, 없습니다’라는 자막이 참 인상 깊었어요.
    영상을 보면 옆에 있었던 동료가 갑자기 없어져도 그 동료가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사람이 거의 없죠. 세 가지 의미가 있어요. 언제까지나 옆에 있을 것 같았던 동료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동료가 없어져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사람들의 무심함과 무관심함에 대한 비판 그리고 비정규직이 없어져도 곧 다른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변하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폭로를 담고 싶었어요.


    실제로 비정규직으로 일하시는 분을 섭외해서 영상을 제작했다고요?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니지만 촬영은 즐겁게 진행했어요. 그런데 내내 마음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영상에 주인공인 비정규직이 사라지는 장면이 계속 나와요. 그 장면을 찍을 때 앵글은 그대로 두고 그 친구만 빠진 채 촬영했는데 그 때마다 “사라져버려”, “빠져있어”, “멀리 없어져”라고 주문을 했어요. 진짜 없어질지도 모르는 친구에게 없어지라고 할 때마다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는 거예요. 그 촬영이 끝날 때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죠.


    다른 배역들은 어떻게 섭외했나요?
    기획하면서 영상 촬영해서 만드는 시간 합치면 2~3일 정도 걸렸어요. 주로 후임들에게 부탁했는데요. 아무래도 후임 입장에서는 싫어도 선임 부탁이니 어쩔 수 없이 출연하게 됐을 거예요. 하하하. 주로 퇴근 후에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적극적으로 제 오더를 소화해 주었어요.

     

    작품의 퀼리티가 정말 좋다는 평가가 자자하던데 영상을 전문적으로 배우셨나요?
    그 정도 실력이 아닌데 높게 평가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영상을 배운 적은 없고 우리 과에 제가 존경하고 따르는 선배 덕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어깨 너머로 많이 배웠죠. 처음 만든 영상이 지금의 아내에게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만든 영상이었어요. 그리고 여행 영상이나 캠핑 영상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보내주며 소소한 재미를 느꼈죠. 공모전에 출품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예쁘고 화려한 영상보다 의미가 담긴 영상을 앞으로도 만들고 싶어요.


    상금도 받으셨는데 어떻게 사용하셨는지 살짝 공개해 주실 수 있나요?
    우리 과에 필요한 물품을 샀어요. 코팅기요. 그리고 출연 도와준 친구들 맛있는 밥 사고, 나머지는 (아내에게) 헌납했습니다.


    병원에서 실제 비정규직이 느끼는 차별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직원들끼리는 비정규직, 정규직 구분 없이 최대한 잘 지내려 합니다. 사실 정규직 입장에서, 설령 과거 비정규직이었다 해도 현재 비정규직의 차별을 깨닫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주인공 역할을 한 비정규직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차별을 느낄 때가 있지만 지금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비정규직 당사자에게는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쉽지 않다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저의 개인적 경험을 비춰보면 계약직 시절, 파업에 참가할 수 없었다는 게 제일 큰 비애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조합원 자격도 없었으니까요.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모든 일에 땀 흘리는,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합당한 평가 안에서 정규직이 될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상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김승현 조합원과 함께.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