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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바로 전태일" - 윤송이 경기적십자기관지부 선전부장
    2020년 겨울호/🧘‍♀️인터뷰 2021. 9. 13. 14:38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산화한 지 50년이 지났다. 강산이 다섯 번 변했을 시간이지만 열사의 뜻은 그대로다.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열사의 뜻을 이어가는 사람을 만났다. 경기혈액원 간호팀 소속으로 헌혈의 집 동탄센터에서 일하는 윤송이 경기적십자기관지부 선전부장이다.

     

    윤송이 경기적십자기관지부 선전부장

    “제가 전태일입니다.”
    전태일 열사를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는 말에 대한 윤송이 선전부장의 답이었다. 이전까지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전태일 이야기가 나오자 그에게서 다른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윤송이 선전부장은 전직 병원 간호사이자 헌혈의 집 비정규 노동자였으며 현재는 3년 차 정규직이다. 센터에서 헌혈자 관리업무와 혈액 관리 등의 일을 하는 그는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셨거나, 수면시간이 적다는 이유 등으로 헌혈을 못 한다는 이야기에 벌컥 화를 내는 손님들의 사정을 이해하기에 헌혈 공가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시간 근무를 한 직후의 인터뷰라 피곤할 법도 한데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비정규 노동자에서 정규직으로 재입사했을 때를 전태일과의 첫 만남으로 회고했다. 그는 비정규 노동자였을 당시 몰아서 했던 주말근무가 서러워 정규직 시험을 쳐서 재입사하자마자 노조에 가입했다. 그는 “부끄럽지만 그때 전태일이란 사람을 처음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전태일은 윤송이 선전부장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이식해 준 사람이다. 그는 “전태일은 자신은 괜찮은 삶을 살 수도 있는 재단사였지만 자신보다 못한 여공들, ‘시다’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했다”며 “그를 알게 되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고 말했다.


    전태일을 알게 되고 주위를 둘러보며 그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만연했음을 알게 됐다. 회사와 부딪히고 혼자서 끙끙 앓는 친구들을보면서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라”며 “노조에 와서 말하면 된다”고 전했다. 노조가 회사와의 교섭과 소통으로 만들어놓은 지침과 운영에는 이전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이 들어가있는데 이를 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전태일을 더 알고 싶어 전태일 기념관까지 다녀왔다는 그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이 자신의 심장에 들어와 뭉클했다고 했다. 스스로 가 로봇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서다. 

     

    헌혈자가 몰릴 때면 헌혈자 얼굴도 못 보고 혈관만 보면서 주사를 놓고 헌혈자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진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 듯하지만 어떤 부분은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그는 노동운동도 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열사가 살아계셨다면 모두 혼났을 거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지금의 노동환경을 만든 사람들에 대해 감사함은 물론 절박함, 신념, 각오 등도 없어졌다”며 “노조에 ‘너희 행동이 노조를 위한 거냐,노동자를 위한 거냐’고 할 거다”고 했다. 그에게서 전태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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