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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태일과 나의 꿈, 사람을 사람답게 - 이왕희 가천대길병원지부 법규부장
    2020년 겨울호/🧘‍♀️인터뷰 2021. 9. 13. 14:48

    이왕희 가천대길병원지부 법규부장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인간의 개성과 참인간적 본능의 충족을 무시당하고 희망의 가지를 잘린 채 존재하기 위한 대가로 물질적 가치로 전락한 인간상을 증오한다.” 이왕희 법규부장이 <전태일평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으로 가슴에 새기고 있는 말이다. 가천대길병원에서 인간성의 회복을 외친 전태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왕희 법규부장을 만났다.

     

    이왕희 법규부장은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정체성을 가진, 예측불가능한 도전자다. 2018년 12월, 가천대길병원 60년 만에 첫 파업이 벌어졌을 때 그도 파업 현장에 있었다. 방사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학위 논문의 마지막을 파업 현장에서 썼다. 파업을 준비하면서 자작곡도 만들었다. 파업 농성장 무대에서 래퍼로 데뷔했다. 인천 사회인 야구단의 에이스 투수이면서 법학 공부를 병행하는 방사선 박사.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은 모두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다.


    그가 처음부터 방사선사로 진로를 정한 것은 아니었다. 성적에 맞춰 방사선학과로 진학했지만 방사선사를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해부학 시간을 괴로워하며 혼란스러운 대학 생활을 하다가 입대했다. 이라크 파병을 자원해 자이툰병원에서 간호의무병으로 복무하면서 그는 의료인이 자신의 길임을 확신했다. 생과 사를 오가는 현장에서 정말 주사를 잘 놓는 뜻밖의 재능을 찾은 그는 제대 후 26살이 되던 2009년 가천대길병원에 입사했다. 그의 아내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다. 

     

    방사선사라고 하면 흔히들 엑스레이 촬영하는 일을 떠올리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다. 그는 핵의학과에 근무한다.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해 신체의 해부학적, 생리적, 생화학적 상태를 진단하는데 필요한 검사를 하거나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를 주로 한다.

     

    근무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병원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근무 조건도 나쁘지 않은 그가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길을 놔두고 가천대길병원지부 간부의 길을 선택한 것을 주변에서는 의아하게 봤다. 그러나 계약직(비정규직)의 삶을 안타까워하던 전태일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 길을 갈 수밖에 없었다. “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만큼 사람의 심리를 피폐하게 만드는 게 없어요. 전태일 열사가 살아있다면 비정규직을 없애기 위해 온몸을 바쳤을 것 같아요”라며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는 것, 그게 바로 전태일이 원한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천대길병원 노동자들은 2년 전 보건의료노조에 가입하면서 직접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노조가 사측을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춰 나가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와 사용자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공생하는 관계”라며 “노조는 직원과 병원 사이를 잇는 다리”라고 말했다. 분명 가천대길병원에 튼튼한 다리가 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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