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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병원에서 노조의 진정한 힘을 느꼈죠
    2020년 겨울호/🧘‍♀️인터뷰 2021. 9. 13. 15:10

    장정윤 강동성심병원지부 지부장

     

    간호사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하는 직장 갑질 사건이 알려진 지 2년이 훌쩍 지났어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라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퇴직한 직원들이 재단의 체육대회 사건을 제보한 후 병원의 부조리한 모습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죠.

    우리 병원 역사가 34년인데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참 불합리한 게 많았어요. 아침 7시 50분에 출근해 모두 로비에 모여 체조를 한다거나 해마다 직원들이 직접 봄맞이 대청소를 했고, 병원 리모델링을 할 때마다 직원들이 자기 돈으로 점심 사 먹으며 이삿짐을 나르고 청소까지 다 했어요. 직종 간 불공정한 인사 때문에 갈등도 컸고요. 늘 그렇게 살아서 그게 문제라는 인식조차 희미해진 상황이었죠.


    노조를 결성하고, 첫 지부장이 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저는 올해 24년차 책임간호사입니다. 노조가 만들어질 때 내적 갈등이 컸어요. 노조는 꼭 필요한데, 그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솔직히 숟가락만 얹을 생각이었죠. 그런데 노조가 생각만큼 빨리 만들어지지 않는 거예요. 어느 날 한 선생님(직장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같이 보건의료노조를 만나보지 않겠냐더군요. 저는 충북 제천 시골 출신이라 그때까지 데모 한 번 본 적도, 해본 적 없었거든요. 민주노총은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거부감이 들었고 조금 무서웠어요. 그렇게 첫 모임을 하고, 2주 뒤 저는 후배까지 데리고 2차 모임을 나가게 됐어요. 머리와 가슴이 따로따로 논 거죠. 하하하.


    노조 깃발이 오른 뒤 순식간에 조합원들이 가입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맞아요. 처음에 40명 정도가 모여서 노조 설립총회를 열었어요. 그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월요일 오후부터 정신없이 노조 가입 신청서가 쏟아졌어요. 첫날만 300장이 넘었죠. 5일 만에 500명 넘게 가입했고요. 각 병동마다 라운딩을 돌면 기다렸다는 듯이 쌓여 있는 가입신청서를 내밀 때 정말이지 눈물이 핑 돌았어요.

     

    현재 우리 병원 전체 조합원은 760명, 조직률 95%에요. 특히 간호파트는 98%가 조합원이죠. 수간호사까지 모두 노조에 가입합니다. 차기 수간호사(책임간호사)가 노조 대의원을 맡는 구조다 보니 조직력이 탄탄하죠.


    노조를 만든 뒤 병원이 많이 달라졌나요.
    그럼요. 조직문화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예전보다는 ‘칼퇴’를 많이 해요. 근무 시간 외 교육도 없어지고 급여도 많이 올렸고요. 사실 우리 병원은 과거에 간호사 기피 병원 순위 안에 들었어요.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병원을 치면 ‘일은 빡세고 급여는 적고 분위기도 안 좋고’ 이런 욕들이 참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긍정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올해 공채가 있었는데 1천 700명이 몰렸어요. 15대 1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한거죠. 사직한 분들이 후회한다는 말도 하고, 주변의 다른 병원에서 경력직들이 찾아오기도 해요.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노조가 생겨 좋은 점이 있을까요?
    조직문화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근로조건도 개선되니까 아무래도 일도 그만큼 열심히 하게 돼요. 그동안 부서 간 반목이 심해 알게, 모르게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 텐데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의지할 데가 있으니 관계가 좋아지죠. 특히 노조의 요구로 인력충원이 이뤄진 게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큰 힘이 됐어요. 52시간제 실시와 맞물려 간호파트만 65명 가까이 늘었거든요.
    전에는 간호사가 환자 이송부터 검체, 침상 정리까지 도맡아 했는데 지금은 간호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고, 간호사는 간호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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