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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형님 동생 사라지고 당찬 목소리가 생겼다
    2020년 겨울호/🧘‍♀️인터뷰 2021. 9. 13. 14:55

    황재영 한국한센복지협회지부 지부장

     

    일터와 개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한센복지협회 울산경남지부에서 30년째 근무하고 있는 황재영입니다. 지난해 9월 22일 33명으로 협회에 노조 지부를 설립해 지금은 67명의 조합원이 있는 한센복지협회 지부장이기도 합니다. 한국한센복지협회는 한센병을 퇴치, 예방하고 장애인에 대한 의료, 사회적 재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협회가 설립된 지는 73년이 됐습니다. 전국 지역에 13개 본부가 있습니다.


    30년간 일해오신 직장에서 노조를 설립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일반 행정직과 차별을 견디지 못해서지요. 저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임상병리사로, 한센인들이 사는 정착촌으로 이동진료를 가거나 보건소에서 일합니다. 우리의 활동으로 협회가 운영되는 것임에도 일정 직급 이상으로 승진을 하지 못했습니다. 연차도 마음대로 못 썼어요. 사측은 연차휴가를 쓴다고 하면 ‘근무 일정 때문에 안 된다’며 ‘너는 이날 쉬어라’고 연차 날짜를 멋대로 지정했습니다. 공휴일에 쉬
    라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자기들 마음대로 안 되면 고함 지르는 일들도 종종 있었지요.


    이 때문에 ‘우리도 노조 함 하자!’는 말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저는 경력이 있어서 부당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이 짜슥들아, 내는 이래 몬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불만인 점을 나름대로 해결할 수 있으니 노조 집행부로 나서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사측 시선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지부장이 됐습니다.


    노조를 설립하면서 사측과 부딪힐 일은 없었나요.
    30년 인간관계가 사라지더군요. ‘황선배’ ‘행님’이라 부르던 협회 지역 지부장들이 있었거든요. 이제 이들이 저에게 다가오지 않아요. “적당히 하자”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나이 50 넘으면 새로운 일 벌이지 말고 조금씩 정리하며 살아라’했거든요. 솔직히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는 것이 있다면요.
    목소리죠. 지난 7월15일 단체교섭을 끝냈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임금 인상, 임상병리사의 직급체계 개편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일정 부분 우리 목소리가 반영됐습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사측의 양보를 얻어냈을 때가 기뻤습니다. 이제 연차휴가,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예전이었으면 꿈도 못 꿨던 육아휴직도 가능합니다.


    부당전보 사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데요. 지난 7월 1일 임상병리사 두 명이 제주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제주로 전보가 났습니다. 이를 지방노동위원회에 고발해 부당전보 인정을 받았습니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과장과 이야기를 하는 등 정부 인사들과도
    이야기했어요. 사측은 인정하지 않고 있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지만요. 

     

    과거에 협회의 부당한 행위를 보고도 말하지 못한 채퇴직한 이들에게서도 제보가 들어옵니다.

     

    노조도 설립했고, 단체교섭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다음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조직화입니다. 지부가 전국에 흩어져 있고 조합원들도 흩어져있다 보니 소통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가 경남 쪽에서 일하다 보니 경남은 조직화가 잘 되는데 다른 곳은 잘 안 됩니다.


    노조가 소통하는 밴드가 있는데요, 글 보고 댓글 다는 사람만 다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진짜 안 하더라고요. 주어진 일만 하고 있어 노조의 어려움을 모르는 이들도 많고요. 이런 조합원들을 노조에 참여시키는 게 중요하지요. 전국에 있는 지부들 한 바퀴 돌면서 식사도 한번 하면서 조직화를 해보려고요. 열심히 ‘띠댕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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