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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상] 나의 말하는 몸
    보건의료노조 성평등 독후감📖 2022. 1. 11. 15:16

    [우수상] 나의 말하는 몸 (『말하는 몸』독후감)

     

    - 홍지숙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책을 모두 읽자마자 드는 생각은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의식하고 있어도, 의식하지 않아도 많은 사회적인 관점에 맞추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구나, 나도 그 사회적인 관점을 내안에 끼워 맞추기위해 노력하고 있었구나라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다. 여성으로서 여자아이로써 부당한 일들이 있었지만 나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인식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지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책속의 저자가 인터뷰이들에게 묻는 질문들을 나 자신에게 해보기로 하였다.

     

    “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내 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중학생 무렵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큰 눈으로 어렸을때부터 어른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월남처녀냐 혹은 혼혈아인지 묻는 말이였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한국사람인데 그렇게 묻는 것 자체가 나의 외모만을 보고 판단한다는게 제일 기분 나빴던 것 같다. 하얀 피부가 부러웠고 까무잡잡한 피부가 싫었다. 그 즈음 중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50여분 정도 나가야 했는데, 버스에서 이상한 아저씨들이 굉장히 많았다. 어느날엔가 버스를 타고 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옆에 여중생의 엉덩이를 툭 치거나 아무말이 없으니 엉덩이를 대놓고 만지는데 어느 어른도 그 아저씨를 제지해주지 않았다. 다른날엔 다른 여중생을 또 다른날엔 다른 여중생을.. 매일 그런상황을 맞부딪히면서도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았고,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나의 쌍둥이 언니를 만지는 것을 보고 참다 못한 내가 딸같은 애들을 만지니 좋냐고 평소에 이야기하듯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굉장히 큰 용기를 낸 말이였지만, 한편으론 너무 무서웠던 걸로 기억난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무서웠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즈음부터 여자로서, 여학생으로서 부당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도와주지 않았고 그런 모습에 부조리를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간호사로 일하면서 몸에 대해 더 많은 생각과 느낌 그리고 다양한 몸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에게도 많은 편견 속에 나를 가두려고 했었던 것 같다. 송해나 작가의 이야기처럼 임신을 준비하고 출산을 하면서 나의 몸에 대한 스트레스가 최고를 갱신했다.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도 굉장히 큰 작용을 했다. 괜히 여자는 무조건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 할 것 같은.. 나이가 차면 왜 항상 결혼을 물어보고 결혼을 하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가 항상 대화의 시작이였다. 시부모님은 결혼 하기 전부터 아이를 언제 낳을껀지 압박해 왔고, 처음에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고 둘이 살아도 행복하게 살 것 같았지만 여기저기 옆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와 시댁의 압박에 아이를 낳자 결심했지만, 쉽게 들어서지 않았다. 결혼 5년차에 여러 가지 검사들을 진행 한 후에 아이가 나에게 정말 선물처럼 다가왔다. 선물처럼 다가온 것도 한순간.. 임신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나의 몸에 대한 자각이 더 뚜렷하게 일어났던 것 같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오는 부른 배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일을 하면서 임신에 대한 불편함과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상충되는 몸이 너무 힘들었다. 임신이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뚜렷한 증상들에 대한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하혈과 입덧으로 입원을 반복했고, 중기가 넘어가면서 부터는 두통과 허리통증,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에가서 증상 호소를 했을 때 모두 임신때문이라고 참으라고만 이야기를 했다. 출산만 하면 나아진다고.. 임신을 막상 기다리기는 했으나, 임신 후에 배가 부른다고만 알고 있었지, 산모마다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들을 알 수 없었고, 들은적도 없었다. 임신을 무조건 강요하는 사회의 문화가 점점 더 문제라는 인식이 더 뚜렷해졌던 계기가 되었고, 성교육과 임신에 대한 교육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계기가 되었다.

     

    “당신의 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나의 몸은 굉장히 열심히 활동하는 몸이다. 자가면역질환으로 매일 온 관절이 성한곳이 없고, 잇병을 달고 살지만 하지만 열심히 활동하려고 하고 있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몸이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몸에게 고생한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나는 내몸을 굉장히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때는 그러지 않았다. 여느 중고생들처럼 똑같이 외모에 신경쓰였고, 콤플렉스도 많았다.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나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고, 현재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다른사람들이 나를 볼 때 굉장히 자기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내 몸 부분의 맘에 안드는 부분. 특히나 출산 후에 생긴 뱃살과 점점 붙어가는 살에 스트레스가 생길 만큼 다른 사람이 봤을때의 외모에 굉장히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다.(그렇지 않아보이겠지만...) 하지만 출산 후 달라진 몸에 대해 내 스스로 인정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출산 후 연예인들의 모습을 여러 매체에 소개되고, 다이어트 비법과 운동비법들을 무분별하게 뿌려지고 있다. 그런 매체에 현혹되어 처음으로 다이어트 약을 구입 해 보았다. 저런 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다이어트 약을 먹고 한달, 하혈을 하면서 생리불순이 심해졌고 결국 약은 먹지 못하고 버려졌다. 여러매체에서는 ‘아직도 뚱뚱하면 안된다’, ‘출산 후에도 아이를 케어하면서도 날씬해야하고 운동해야한다’고 은연중에 내포되고 있다. 연예인들과 우리의 삶과는 다르다. 우리가 연예인들처럼 생활할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이다.

     

    나라는 개인에게도 여성으로서 여러 가지 일련의 큰 사건들이 있다. 하지만 책속의 인터뷰이들처럼 여러가지 사건들을 털어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기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어린 딸에게서 겪고 싶지 않았을 일들을 겪는걸 보고 마음이 아팠을 엄마에게도 아직 털어내고 이야기 하지 못했다. 엄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 또한 안고 살아가고 있으면서 언뜻언뜻 생각이나지만 언제 털어낼 용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용기를 내는 날에 엄마와도 함께 이야기 할수 있겠지. 책을 읽으며 울고 웃고 했지만 그들의 용기에 너무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나만이 아니였다는 동질감이 들어 너무나 큰 위안이 되었다. 역시 연대가 최고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제일 먼저 사랑해야 한다’ ‘나 자신을 더 먼저 생각해야 다른 사람을 온건히 사랑할 마음도 생긴다.’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여성의 몸과 건강불평등> 을 주제로 성평등 독후감 대회를 열었습니다. 수상작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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