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장려상]『반쪽의 과학』을 읽고
    보건의료노조 성평등 독후감📖 2022. 1. 11. 15:17

    [장려상]  『반쪽의 과학』을 읽고

     

    - 서영아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나는 여성이면서 간호사로서 병원 사업장에서 수년간 일하고 있다. 병원사업장은 대개가 여성들이 많은 직업군이면서 일하는 조건을 보자면 고위험 요소가 많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들어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근골격계 질환부터 불규칙한 교대근무, 항암제나 각종 약품등의 고위험 약물을 다루는 환경까지 산업재해 요소가 다분하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일하는 환경의 어려움을 섬세히 고려해 줄 만큼 특히 여성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 반쪽의 과학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연구들이 거의 부재한 상황이고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연구가 있더라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하는 일의 경우 가볍고 쉽고 단순 반복적이라는 이유로 직업관련성 질환임을 입증해내기는 더욱 힘들다. 그래서 반쪽의 과학이 아닐까 한다.

     

    반쪽의 과학을 쓴 여성교수는 9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일하는 여성들이 처한 직업관련성 질병이나 환경을 연구해왔으며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여성의 근로조건이 개선되면서 동시에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투쟁의 연구라고 할 수있다. 저자의 연구가 벌써 20년전에 직업여성들의 일하는 환경을 다루고 있지만 21세기 현재도 그때보다 근로환경이나 여성에 대한 시선, 산업재해 인정수준을 보자면 만족할만하지 않다.

     

    또한 수많은 과학자들이나 연구자들이 여성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 말하고 있으며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직업여성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질병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을 바라고 있다. 한편 저자는 여성의 건강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노동환경과 관련된 건강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의 교류가 전무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여성들이 일하는 환경을 보면 남성에 비해 가볍고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사회에서도 그러한 일에 여성이 배치되어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여성의 직업관련성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게 하고 일터에서 발생하는 여성의 건강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을 수 없게 한다. 오히려 여성은 가볍고 단순하고 반복되지만 좀 더 섬세하고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발생하는 건강문제도 남성들과 차이가 있어 남성들에서 발생하는 직업관련성 질환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오히려 이러한 접근성은 여성들의 질환이 직업병으로 인정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여성들의 업무가 가볍고 반복적이라는 이유로 임금도 남성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어떤 면에서는 청소업무나 몇몇의 여성업무의 경우 한 번에 너무 무겁지는 않으나 적은 무게를 자주 반복적으로 들어야 한다. 병원사업장에서 간호사들의 경우에도 반복적으로 물건이 아닌 사람을 들어야 하며 반복적으로 환자의 체위변경을 해야 하고 한 번에 들어 올리는 물건은 아니지만 반복적으로 자주 사람의 몸무게를 견뎌야 한다.

     

    이러한 근골격계 문제 뿐만 아니라 불규칙한 근무 및 야간근무로 인한 근로환경은 여성들에게 또 다른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인한 유산 및 불임의 문제, 발암성 문제 등의 많은 사회 문제가 된지 오래지만 직업관련성 인정을 받기는 여전히 어려운 과정에 있다.

     

    또한 익히 알고 있듯이 일과 직업의 양립에서 여성이 감당하는 몫은 평균적으로 훨씬 남성을 능가한다. 하루의 직장일과 후에 여성들이 부담하는 가사, 육아노동, 가족 돌봄에 대한 책임에 대해 평균적으로 남성에 비해 2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여성의 직업관련 문제에서 산재인정 또는 보상문제는 어떨까? 당장 눈앞에서 확실하게 밝혀지는 폭발로 인한 화학공장 노동자가 손상을 입는 경우와 같은 사고보다 수년간 진행되는 암과 같은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산재인정 및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여성들의 경우 불안정한 직업군에서는 직장을 잃을 까봐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것도 꺼려하는 것들이 통계에 영향을 끼치게 되어 연구나 보상에도 잘 반영되지 않는다. 특히 감정노동과 같이 보이지 않는 직업관련 문제들은 더욱 업무관련성을 밝혀내기 어렵다고 본다.

     

    다른 한편으로 어떤 직업을 배치할 때도 체격, 체력 등 육체적 조건 등을 남녀 상황에 맞게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가볍고 반복적인 일들에 대해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면 과연 남성에 비해 여성에 있어서 체격, 체력 등 육체적 조건 때문에 불합리하게 배치 받아야 하는 것이 합당한지 묻고 있는 것이다.

     

    성별에 따라 분업을 시키는 것이 건강보호를 위해 여성과 남성의 능력에 따라 작업을 배치하는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본주의의 어떤 이익을 위해 이렇게 분업화 하는 것은 마치 여성은 가볍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각종 시험과정이 보편적으로 남성위주의 기준으로 체격, 체력 등 생물학적 근거로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서 섬세하고 지구력 있고 복잡한 일들을 잘해내는 여성에게 불리한 기준이 대부분이다. 많은 작업환경이 남성에게 맞게 설치 되어 있는 것을 여성의 체격, 체력 등에 맞게 설계되어진다면 똑같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고 임금을 더 받지 못하는 부당함을 깨는 기준이 될 것이다.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으로 작업 및 직업기준이 재설계되어 져야 하는 이유다.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과학의 영역에서도 여성의 직업과 건강문제를 다룰 때 발생하는 부당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여성과학자의 경우 육아와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채용과정에서도 육아문제를 동반한 여성들의 경우 연구 및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회적 조건에서 훨씬 더 부당하게 작용하는 사회시스템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저자가 주로 연구하던 90년대를 볼때 연구 실험실 책임자, 과학자집단이 중상류층 백인남성위주 중심의 기득권층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노동자 계급의 직업여성 건강문제를 연구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직업관련 문제로 연구대상순위를 정할 때에도 산재가 될 직업군을 광업, 건설업, 화학공장노동자를 먼저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직업군은 직업관련 연구순위에서 하위순위로 밀려나거나 관심 밖의 일이 되어왔다고 한다. 연구대상자 선정 뿐 만 아니라 여성직업군은 산재보상청구 대상 직업군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청소 등 하위 여성노동자의 하지통증, 월경통, 에이즈연구는 연구대상에서 제외되고 왔다. 여성건강문제에 대한 연구에서 보면 직접적으로 질병으로 병명이 진단되어지지 않는다 해서 “다리통증, 요통, 지속적인 야간 불빛 노출, 잦은 손목의 사용으로 인한 통증 등에 대해서는 연구비가 지원되지 않고 여성의 직업군이라는 이유로 제외된다. 더구나 산재관련성 입증이 되지 않아서 연구비지원은 더더욱 요원한 문제라고 한다.

     

    여성의 직업관련 문제에 무관심의 극치를 보자면 고용주편에선 변호사가 방사선위험에 처한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신한 여성은 더욱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급휴가를 받지 못하고 유산이 되었더라도 관련성을 입증해내기란 더욱 어렵다.

     

    근골격계질환 문제는 여성에게 가장 흔한 직업관련문제지만 젠더문제에서 항상 공정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저자의 연구에서 보면 20년간 조그만 케익상자를 싼 여종원이 어깨가 아파서 통증을 호소하자 사장은 이를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20년간 한번도 결근하지 않았으며 아프지 않고 일해 온것을 자랑스러워한 여직원은 오히려 사장으로 부터 거짓말한다는 면박과 냉대를 받아야했다고 한다. 이처럼 여성의 직업관련 문제가 산재인정은 고사하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힘들고 직업관련문제가 발생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시간 일하다 다친 남성들이 산재인정 을 받기가 쉽지만 장기간 일하는 여성의 근골격계질환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이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산재인정을 받기가 힘들다. 오히려 여성들이 대부분 많이 하는 작업 중에 작은 힘이 필요해도 빠르게 반복되는 일들의 경우 손목, 팔목, 어깨의 변화를 많이 가져온다. 이를 의학적 소견으로 증명해내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영상촬영으로 직업관련 질환문제가 쉽게 나타나지 않으므로 증명하기도 어렵고 직업관련 질환으로 인정받기도 힘들다. 적은 힘을 사용한다고 하여 반복적, 긴장성 손상으로 인한 직업관련성 질환 및 작업환경을 따지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과학자와 직업건강전문가들이 사무실 환경이 사무노동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 왔는지를 보면 여성들이 처한 직업적 사회적 대우를 알 수 있다. 사무직업을 가진 여성들에서 근골격계 질환은 흔한 직업관련성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하는 사무직업을 대체적으로 가볍고 반복적이며 단순하다고 여긴다. 이처럼 심각하고 대수롭다고 여기지 않고 여성들이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과학적 접근이 없었다고 본다. 때문에 여성들의 문제에 대해 과학적 접근으로 연구하는 경우도 없을뿐더러 직업관련 문제가 발행해도 산재적용을 받는 경우가 적다. 컴퓨터작업과 관련해서는 임신한 여성들의 경우 유산 및 기형아 출산이 직업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임신한 여성 직업성관련 질환을 연구하는 여성과학자들이 없었으며 연구비를 책정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으며 결국 직업 관련성이 없다고 논거하게 된 것이다.

     

    실내공기질과 여성건강문제 역시 대수로운 문제는 아닐 뿐 더러 직업관련 인정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렇다면 여성의 직업과 감정적스트레스 요인에서 직업관련성 문제는 어떨까. 일부 여성직업군에서 존중을 받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병원의 쓰레기에요” 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여성들은 대체로 임금도 정상임금의 70%정도이고 여성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업무배치에서도 남성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는다. 더구나 제조업, 서비스업에서도 남성에 비해 여성차별적인 문제가 다분하며 사회 곳곳에 성차별적 요소가 내재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스트레스와 심장질환 관련성 논문도 거의 남성 위주인 것을 볼 수 있다. 남성에게서 관상동맥질환이 많은 이유로 여성의 심장질환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우 심장질환에 대한 치료시기와 발견시기가 늦어져서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성의 여러 노동조건도 심장질환과 관련성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장질환 뿐 아니라 감정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직업의 정신건강 직업관련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다.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업무 등 감정노동에서 직업관련성 질환으로 여성이 산재보상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야간근무, 장시간 근무 ,새벽에 시작하는 근무와 순환근무는 무드에 영향을 준다.

     

    간호사나 다른 여성 노동자들의 교대근무가 스트레스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여성노동자들의 다양한 참여와 함게 적절한 업무배치, 새로운 작업방법등을 고안해 가야한다. 여기에 여성들의 돌봄과 가족의 문제는 또 다른 종류의 직무요구가 여성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여성의 문제는 더 쉽고 깨끗한 노동조건이라는 생각과 환상 뒤에 많은 문제들이 숨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수많은 여성들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여성들은 또한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자신의 문제를 얘기하지 않으려한다.

     

    독성물질을 다루는 노출기준을 정하는 데에서도 여성의 신체는 제외되는 경향이 있고 남성위주로 이루어져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기준을 보면 미용사, 청소, 병원노동자 등에 대한 기준은 어느 정도 있으나 그중에 여성을 위한 기준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아예 기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육체적 노동의 경우 무거운 물건 드는 것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거운 물건 들기 에서 오히려 남성의 경우는 도구를 이용하는 작업장 조건을 갖췄지만 여성사업장의 경우 일의 중요도가 가볍다는 이유로 도구가 마련되지 않은 채로 작업하는 예가 많다. 또한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드는 여성 직업군이 많다. 예로 간호보조원, 유치원 보육교사, 병원 간호사들 경우 하루에 수십 차례 물건이 아닌 사람을 들고 있는데도 사람을 드는 기준마련이 없다.

     

    그렇다면 일하는 여성의 건강을 위한 연구는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노동자 특히 여성 노동자 당사자들이 자신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여성의 건강권 및 작업환경개선 등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사회, 정치 참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과학자 특히 여성과학자는 인간이 일할 때 처한 환경이나 직업관련 문제가 다분히 해결되기 위해서는 이념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떤 문제해결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을 그간 여성과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겪어온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나 직업보건학처럼 논쟁적 영역에서는 중립적위치에 있을 수 없다고 했다.

     

    90년대를 통과하면서 여성과학자가 보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해온 과정을 적고 있다. 여성이면서 병원노동자인 나는 90년대에 한 여성과학자가 내밀하게 지적하고 개선하려한 직업관련 문제들이 지금도 우리의 일터에는 매우 산적한 문제로 남아있다. 오랜세월 젠더영향에 갇혀 해결되지 않는 여성 직업관련 문제들이 반쪽으로 그치지 않고 온전히 인간의 모습으로 해결되려면 어떠해야 할까 생각해본다. 나는 다분히 모든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관심과 투쟁을 실어 정치적이여야 한다고 본다.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여성의 몸과 건강불평등> 을 주제로 성평등 독후감 대회를 열었습니다. 수상작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