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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려상]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보건의료노조 성평등 독후감📖 2022. 1. 11. 15:17

    [장려상]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 정민경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이 책을 읽으면서 30대 후반, 이제 곧 마흔의 나이가 될 때까지,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사용하고 있다는걸 느꼈다.

     

    과거의 나는 늘 나는 뚱뚱하다는 단어로 나의 몸과 이미지를 만들었고, 3개월간 굶어서 체중을 급격히 감량 하고, 스트레스의 강도가 심해질 때마다 외식과 음주로 살을 다시 찌우고.. 그렇게 급격한 다이어트와 요요를 반복하며 나의 30대를 보내왔다.

     

    2021년 4월, 화이자 백신 2차 예방접종 후 180이상 오르는 혈압과 오심 구토로 며칠을 앓아 누우며 나의 몸과 건강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면서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과 다이어트를 선택했다. 매달 측정 하는 인바디에서 체지방과 체중이 원하는 만큼 빠지지 않으면 더욱 더 빡센 운동과 식단을 해서라도 살을 빼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왔다. 그렇게 8 개월 만에 17~18Kg 의 체중감량에 성공 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지금 딱 보기 좋다. 다이어트 그만 해라” 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들어도 나는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다. 내가 정한 목표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고, 미의 기준인 44. 55사이즈와는 아직 거리가 먼 나는 나를 55사이즈에 맞추기 위해 내몸은 통통하다고 어쩌면 다이어트는 여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평생 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세상에서 하나 뿐인 나의 몸을 남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더 예뻐 보이기 위해 55사이즈로 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건강한 삶을 위한 다이어트라는 말로 포장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씁쓸한 마음도 들게 되었다.

     

    몸에 대한 페미니즘 독서인 이 책은 다이어트, 몸매에 대해 매일 매일 스트레스를 갖고 사는 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일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의 나의 너무도 얕은 페미니즘 관련 지식과 몸에 대한 생각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내 몸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었는지, 지금 사회가 여성의 몸을 얼마나 통제를 해왔는지 몸에 대한 성차별주의를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이책은 우리의 몸을 13가지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 한다.

     

    “뇌, 털, 눈, 피부, 목소리, 어깨, 유방, 심장, 비만, 자궁, 생리, 다리, 목숨”

     

    - 뇌

    책의 에서는 남자는 원래, 여자는 원래 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지적 한다. 차별적인 제도와 구조속에서 여성상과 남성상의 경계로 인해 현실에서 존재하는 차별적 제도나 젠더 고정관념 위협 같은 사회적 차별 구조를 이야기 한다. 이공계 혹은 보건의료계 안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성적 괴롭힘과 성차별의 악영향도 이런 영향일 것이라고 생각 한다.

     

    - 털

    몸을 덮는 털은 이차성징과 함께 나타나는 성인의 징표이다. 남성의 털이 성숙함, 경쟁력, 공격성을 상징 한다면, 여성의 털 없음은 성인 이전의 무해 하고 수동적인 상태로의 회귀를 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모의 젠더 차이를 가장 극적으로 대비되는 것은 음모 다듬기 / 제모 행위라 할수 있다. 여성의 제모는 특정 성교의 형태 보다는 파트너의 선호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현재 파트너 뿐 아니라 잠재적인 파트너에게 매력적으로 비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음모 다듬기 / 제모는 남성의 요구에 직접 부응이기 이전에 스스로 가상의 남성 시선을 내면화 한 행동이자, 스스로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볼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통계를 통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요즘 대한민국의 피부과에서 인중과 제모를 넘어, 월별 이벤트를 할 만큼 대중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 한다. 예) 올누드 브라질리언 5회 65만원....

     

    - 눈

    여성 아나운서가 뉴스에서 안경을 썼다는 이유로 그런 어디서 용기가 나왔냐는 질문을 받았다. 항공사 승무원의 안경착용에 대한 전향적인 지침이 제시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안경을 썼을 뿐인데 사회적으로 혹은 지침에 의해 공식적으로 여성노동자들에게 금지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 피부

    지난날 나의 어릴적 엄마 화장품을 바르고 웃고 있던 나의 사진이 떠올랐다. 어린이 화장의 성애화는 부분을 읽으며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스스로 성적 대상화를 만들지 않고, 건강한 섹슈얼리티를 갖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직종별 용모 관리 지침표를 보고, 나는 내 직업인 간호사, 보건의료계의 여성을 생각 해 보았다. 그동안 나는 간호사라면 용모단정이라는 말이 같이 연상 된다. 나는 15년차 간호사 인데, 사실 요즘 머리망을 하지 않고, 붉고,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하고 젤네일을 하는 많은 후배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보여지는 외모에서의 단정함이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같이 근무하는 의료진에게 신뢰 형성의 일부분 차지할거라는 생각도 변함이 없다. 이런 고정관념은 쉽게 벗어 날순 없겠지만, 나 스스로 보건의료계 여성 노동자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 유방

    공공장소에서의 모유 수류를 두고, “더럽다, 혐오스럽다, 공공장소 예절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수차례 제기 되었다는 내용에서 “더럽다” 이부분이 화가 났다. 사회는 아기 건강을 위해서는 모유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하며 모유수유를 권장하면서도, 공공장소에서의 모유수유를 더럽다 라고 한다는 것은 공공장소에 제대로 된 편안한 모유수유 시설이 없다는 것과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행동 조차 성적 노출로 인식할 만큼 과도한 성애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 된다.

     

    - 생리

    여성은 평균 400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임신과 출산, 수유 등으로 중단되는 일이 없다면 사춘기 이후 매월 한 개씩 배란이 일어나고 400개 난자를 다 소진 한다고 치면 약 33년 정도 매월 생리를 하게 된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한 번의 주기 때마다 평균 5일 동안 생리를 한다고 하면 평생 2000일, 67개월, 약 5.5년 동안 피를 흘리는 셈이다. 쓰고 보니 좀 후덜덜. 어떤 병에 걸려 67개월 동안 피를 흘렸다고 하면 세상에 중병도 이런 중병도 없을 것 같은데, 이게 뜻밖에 정상적인, 그야말로 ‘생리적인’ 반응이다, 여자 다섯 명이 모여 있는 자리라면 그중 최소 한 명은 현재 생리 중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수치로 보니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여성의 생리전증후군이나 생리통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것이 아쉬웠다. 심한 생리통으로 인해 약을 달고 살아야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다. 생리로 인한 불편감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운것인가.. 여자의 임신. 생리. 출산 문제를 남자 군대 문제와 빛대어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났다. 현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의 생식기, 자궁, 생리에 대한 성교육과 생물교육의 실패와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생각 한다.

     

    젠더 고정관념의 성차별주의는 여성의 몸을 아주 세세하게 구분하고 규율한다.

    너무 커도 안 되고, 너무 작아서도 안 된다. 너무 길어서도 안 되고 너무 짧아도 안 된다. 머리카락은 길고 털은 짧아야지, 그 반대가 되었다가는 꼴불견이다. 게다가 아름다운 유방, ‘사회적 관리’가 필요한 여성 생식기의 청결 기준은 국가가 마련해 준다. 만일 사회의 미적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면, 성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보형물 때문에 암에 걸릴 수고 있고, 신경 절단 때문에 못 걷게 되는 경우도 있다지만, 이는 전적으로 여성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원시적 가부장제를 벗어나는가 싶으니, 이제 의료화와 상품화가 여성의 몸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젠더 고정관념의 성차별주의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여성 스스로도 이를 내면화한다는 점이다. ‘머릿속 남성’의 시선으로 자기를 검열 하고 수정 하며, 스스로를 성적 대상화한다. 실제로는 선택지가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임에도, 사회는 이를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인 것처럼 그려내고, 때로는 여성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 한다. 일보다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여성 ‘스스로’ 노동시장을 떠난 것이다. 피임과 임신 중단 권리는 보장하지 않지만,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선별적으로’ 폭넓게 인정 한다. 성폭력의 대상이 미성년자 여자아이라도 연인 관계, 상호 합의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많은 이들의 투쟁에 힘입어 법과 제도 영역에서, 또 일상생활에서 성차별주의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필로그의 이 부분을 여러번 읽고 또 읽었다. 내가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고, 손톱을 다듬고, 여름에는 페티큐어를 하고, 피부과에서 레이져 시술을 받으며 고통을 참는 것은 과연 어떤 이유 였을까?

    다이어트와 운동은 나의 건강한 삶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미의 기준인 55사이즈가 되려는 것을 포장 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 자신에게도 자기검열을 하며 타인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만들려고 스스로 성적대상화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남들이 내 몸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내가 남들의 시선 때문에 스스로를 검열해서 내 몸을 행동 하는 것은 진정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남들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타인을 의식 하지 않고 나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미래에 있을 나의 아이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스스로를 성적대상화가 되지 않기 위해, 성적 차별 없이 살아 갈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투쟁을 함께 해 나가야겠다.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  <여성의 몸과 건강불평등> 을 주제로 성평등 독후감 대회를 열었습니다. 수상작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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