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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실된 자존감, 노조를 통해 되찾았어요”
    2021년 여름호/🧘‍♀️인터뷰 2021. 8. 6. 17:28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으로 함께하게 된 새로운 얼굴들. 건강한 일터를 향해 함께 나아갈 새 가족을 소개하는 <뉴패밀리>에서는 환자이송 업무를 맡고 있는 조합원들로 꾸려진 은평성모병원새봄지부와 2주 만에 노조를 결성한 강동경희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을 만나본다.


    구지한 은평성모병원새봄지부 지부장(우)과 이서현 조합원(좌)

     

    보건의료노조에는 다양한 직종이 있지만 은평성모병원새봄지부는 특별한 것 같습니다. 조합원 모두 환자이송 업무를 맡고 있다고요?

    환자이송 업무는 간호보조인력 업무 중에서 환자이송 부분만 떼어낸 것인데요. 병원이 직접고용한 경우도 있지만 많은 병원들이 용역회사에 도급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지부는 현재 은평성모병원의 환자이송 업무를 맡는 용역회사 엔젤스태프 소속 30여 명이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지부를 만들기 전까지 용역회사의 갑질이 심각했었다고 들었어요.
    (구지한 지부장) 은평성모병원은 2019년 개원했어요. 900병상인데 전체적으로 인력이 매우 적어요. 환자이송업무도 아주 적은 인력으로 운영해요. 한 번에 휠체어 탄 환자를 두 명씩 옮기면서도 시간이 부족해 정말 뛰어다녔어요. 토요일에 일해도 휴일수당을 못 받고 야간근무수당도 없었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보건의료노조를 찾아가 노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그 정보가 사측에 흘러 들어갔죠. 재계약을 앞둔 직원들을 보란 듯이 해고하더라고요. 이 친구가 1호 해고자였죠.


    (이서현 조합원) 2019년 6월 28일 입사해 1년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해고통보를 받았어요. 이곳이 사실상 첫 직장이라 정말 열심히 일했고 관리자에게 칭찬도 들었죠. 그런데 일이 끝나면 ‘기절하듯’ 잠자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일이 너무 고되선지 삶이 통째로 삭제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3명이나 해고되면서 모두가 잘릴 각오를 하고 악에 받쳐 싸웠어요. 어차피 최저임금 받는데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요. 그동안 일하면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 번씩은 쌍욕을 먹고 손가락질 당하고 수당 떼인 경험이 있었어요. 그게 힘이 됐죠. 그리고 보건의료노조가 있어 든든했어요. 은평성모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정규직지부가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정규직 지부가 나서주니까 되더라고요.


    노조를 만든 후엔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노조가 생기기 전엔 관리자가 모멸감을 주니까 어쩔 수 없이 더 일했어요. 엔젤스태프가 아니라 데빌스태프라고 우리끼리 말하곤 했죠. 이제는 일할 맛이 나요. 모두가 적정한 강도로 일해요. 이전에는 8시간 동안 40~50명의 환자를 이송했다면 지금은 32~35명 정도로 줄었어요. 이제는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자신의 시간을 조금은 누릴 수 있게 됐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비정규직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어요. 어렵지 않아요. 일단 보건의료노조를 찾아가 상담을 하세요. 저는 비정규직일수록 무조건 노조를 만들라고 말하고 싶어요. 노조는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벽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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